이란·쿠바·세르비아… 美와 앙숙인 국가도 테러 만행 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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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쿠바·이란·세르비아 등 미국과 앙숙인 나라들이 보스턴마라톤 테러를 규탄하고 나섰다. 반미 정서가 강한 이들 국가도 테러 앞에서는 적과 동맹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만행을 비난하고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했다.

 반세기 넘게 미국과 적대관계였던 쿠바가 가장 적극적이다.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부 북미국장은 “미국 정부와 국민, 특히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쿠바 정부와 국민의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6일 전했다. 비달 국장은 “쿠바는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수도 아바나의 미국이익대표부(비수교국에서 대사관 역할을 하는 곳)에 보스턴 참사를 위로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영사관이 공격받았을 때도 쿠바는 테러를 비난했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2006년 건강이 좋지 않은 형 피델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이후 쿠바는 냉전 시절 적국이었던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핵무기 개발 의혹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도 보스턴마라톤 테러를 규탄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라민 메흐만파라스트는 “보스턴에서의 살상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전했다. 그는 “중동에서든 미국에서든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국 외교관계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0년 이상 단절된 상태다.

 99년 미국 주도의 나토 군 공습을 받아 반미 감정이 강한 세르비아 국민도 미국을 위로했다. 수십 명의 세르비아인은 16일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달리기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보스턴,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합니다’는 슬로건을 걸고 SNS를 통해 조직됐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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