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이스하키 형제, 얼음 녹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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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왼쪽), 신상훈 형제. [안양=정시종 기자]

“평창에서 메달 따서 어머니 영전에 바칠게요!” 신상우(27·안양 한라)와 신상훈(21·연세대)은 형제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다. 두 사람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챔피언십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빙판을 누비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열린 헝가리와 2차전에서 형제는 나란히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극적인 5-4 역전승을 일궈냈다. 2-4로 뒤지던 3피리어드에 형이 세 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했고, 동생은 경기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형제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헤어졌다. 신상우가 고등학교 2학년, 신상훈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셨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 신연한(52)씨는 형제를 돌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를 하던 형이 갓 선수 생활을 시작한 동생을 돌봤다. 신상훈은 “운동 장비를 사는 것부터 진학과 관련한 문제까지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신상우는 “동생과 함께 대표팀에 들어와 마음이 편하고 뿌듯하다. 잘 자라준 동생이 고맙다”며 아버지가 아들을 대하듯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제의 꿈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자력으로 출전하는 것이다. 신상우는 “어머니는 우리 형제가 성공한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평창에서 메달을 따 어머니께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민규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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