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수위 낮춘 북 … 긴장국면 출구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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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평양 인민극장에서 열린 은하수악단의 축하 음악회를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김정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최태복 당 비서, 강석주 부총리. [사진 노동신문]

주한 미군 고위관계자는 16일 북한이 긴장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원색적이고 격렬한 비난을 덜 쏟아내고 있는 게 출구전략 모색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역사적으로 북한의 수사(修辭)적 긴장 고조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북한 지도부가 강력한 비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뒤 현재는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3월 중순 이후 전략로켓사령부와 포병부대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하고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며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4월 들어 이 같은 위협의 강도가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에 비해 강도 높은 수위의 위협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뒤 최근 들어선 “만약 ~한다면”이라는 조건문을 사용하며 한발 빼는 모양새란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남조선(한국)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14일)거나 “대화를 원하면 모든 적대행위에 사죄하라”(16일)고 주장했다. 전날 김일성 생일을 맞아 국내 보수단체들이 북한을 비난하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 데 대해선 “우리(북)의 예고 없는 보복행동이 개시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우리 측에 사죄를 요구하면서 출구 쪽에 여지를 남겼다. 이 발언대로라면 북한이 지난달 중순 이후 시도한 긴장고조는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군사적 대응을 통해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도 계속 열어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진정한 대화는 오직 우리가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있을 수 있다”며 “대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우리를 겨냥해 가상목표를 정하고 핵타격 훈련을 한 것만큼 우리도 그에 대응한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언제, 어떠한 도발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미사일과 함께 (4차)핵실험, 엔진연소실험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북한군 전력과 관련해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소련 장비가 대부분이어서 수리부속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재래식 전력은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핵과 전자탄(EMP), 대량살상무기를 발전시켰다”고 분석했다.

 ◆국가위기평가회의 열기로=정부는 북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위기평가회의’를 다음 달 초 열기로 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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