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과 류현진의 유쾌한 통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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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과 류현진이 통화했다. 웃음꽃이 피었다고 일간스포츠가 보도했다.

"자기도 좋아서 계속 웃더라고."

김인식(6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류현진(26·LA 다저스)과의 통화를 떠올리며 '허허' 웃었다. 김 위원장은 15일 "좋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현진이와 통화하면서, 현진이도 많이 웃고 나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4일 피닉스 채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 9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2승째이자, 한·미 개인통산 100승을 올렸다. 타석에서는 2011년 내셔널리그 다승왕 이완 케네디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TV 중계를 통해 류현진의 역투를 지켜봤고, 제자의 성공에 흐뭇해 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미국에 있는 류현진은 막 잠에 들기 직전이었다. 류현진은 은사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건강하십니까." 김 위원장은 "자랑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겠나. 현진이가 들떠있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류현진에게 "이제 공인구가 손에 익은 모양이다. 변화구가 낮게 제구되더라"라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거의 적응했습니다. 변화구도 편안하게 던집니다. 오늘(14일)은 왼손 타자들에게 슬라이더가 잘 먹혔습니다"라고 답했다.

'타자 류현진'도 대화의 주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현진이가 '저도 놀랐습니다'라고 하더라. 신기했겠지, 자신도. 현진이한테 '안타치고 너무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더니, 계속 웃어"라고 떠올렸다.

김 위원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당당한 제자가 기특하다. 2005년 11월 한화 마무리 훈련에서 감독과 고졸 신인으로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고, 에이스로 성장해가던 과정이 영화처럼 흐른다. 조언해주고 싶은 게 많은 것도, 류현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류현진에게 조언했다. 그는 통화 말미에 "현진아, 지금은 투구 수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아라. 아직도 시즌 초반이다. 지금은 100개 내외면 충분하다. 다저스 코칭스태프들이 계획을 가지고, 네 투구수를 조절할 거다. 머지 않아 110개도, 120개도 던질 날이 온다. 그때를 위해서 몸을 아끼고, 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네, 감독님"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그렇게 대답할 때도 참 목소리가 해맑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심전심. 둘의 대화는 길지 않다. 그러나 류현진은 김 위원장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류현진은 시즌이 시작된 후 등판 전후로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3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은 "현진아, 공이 아직 높아. 공인구 적응에 시간이 걸리나"라고 지적했다. 류현진은 점차 변화구 비율을 높였다. 8일에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낮게 형성됐다. 김 위원장은 "'이제 됐다' 싶더라. 변화구가 떨어지는 각도를 보니 이제 현진이가 롤링스(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익숙해진 것 같다. 걱정을 덜었다. 현진이도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즐거운 통화가 끝났다. 마침 류현진과 김 위원장이 통화를 마친 시각에, 한화는 LG에 패해 13연패에 빠졌다. 김 위원장과 류현진이 만난 곳. 김 위원장은 "현진이와 굳이 한화 얘기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현진이가 한화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 같더라. 나도 현진이 덕에 기분이 좋았다가 한화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고 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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