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눈에는 눈’ 블랙리스트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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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이 발표한 대(對)러시아 인권법인 ‘마그니츠키법’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인권 침해 혐의로 자국 입국 금지 등 제재를 받게 될 미국인 18명의 명단을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가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금융제재, 비자 발급 거부 등의 제재 대상이 될 18명의 러시아인 명단을 12일 발표하자 바로 맞대응한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는 “블랙리스트 전쟁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내정 간섭이기도 한 (미국의) 노골적인 협박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정치인들은 훈계, 공개 강요 같은 방법으로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국의 갈등은 2009년 의문사한 러시아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러시아 경찰, 고위 공무원이 연루된 비리 사건을 파헤치다 탈세와 사기죄를 뒤집어쓰고 체포됐다. 모스크바 구치소에 수감된 뒤 옥중 구타로 1년 만에 숨졌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이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제재하는 인권법인 일명 마그니츠키법을 채택했다. 러시아는 올 초 이 법의 통과에 반발해 미국인의 러시아 아이 입양을 전면 금지하는 ‘디마 야코블레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가 발표한 명단에는 미 행정부의 전·현직 중견 관리들이 대거 포함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고문 사용을 정당화한 보고서인 ‘고문 메모’를 작성한 당시 법무부 법률고문 한국계 존 유도 여기에 포함됐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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