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선 "북한 리스크 영향력 거의 다 소멸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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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융시장도 북한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2000선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가 1900대 초반으로 물러나는 등 특히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한국 신용위험 지수도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곧 소멸될 악재로 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2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5.27% 떨어졌다. 그동안 미국 다우산업지수는 10.82%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9일 2004. 89에서 연일 하락해 지난 8일 1918.69까지 내려앉아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오르는 가운데 유독 하락세를 타는 이른바 ‘디커플링’에 시달렸다. 지수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3월부터 지난 11일까지 4조원 넘게 순매도를 기록했다. 북한 리스크가 갈수록 고조된 기간 동안 거의 내내 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저와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대규모 리콜로 휘청이는 한국 증시에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 위협은 ‘악재 3종 세트’를 완성시킨 셈이 됐다.

 증시 전문가는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데 주목한다. 최근 몇 년간은 북한 관련 사건이 일어나도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88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27bp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발행 주체의 부도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췄던 지난 9일에는 주식시장에서 코스피200의 변동성 지수가 18.72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내다 판 영향으로 달러 환전 수요가 늘어 원화 가치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북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다 소멸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위험이 확대되는 위기 국면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됐고, 이를 반영하듯 최근 며칠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섰다”며 “앞으로 환율과 CDS 등 금융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하지만 반응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지나가는 변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에 뒤처진 근본 요인은 높은 가계 부채에 따른 내수 침체와 중국·미국·일본의 경제정책 변화에 따른 한국 제조업의 위기”라며 “북한 리스크는 일시적인 요인이며 한두 달 안에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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