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불친절 공무원 됐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는 사회복지 9급 공무원. 하루 동안 쉴 틈이 없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받으랴, 폭력도 서슴지 않는 민원인 응대하랴. 여기에 짬짬이 독거노인을 찾아뵙는 것도 우리 몫이다. 올해는 복지 수요가 늘면서 업무량이 30%나 증가했다. 몸은 하나인데 챙겨야 할 대상은 1만5000명이나 된다. 구청에선 ‘힐링 프로그램’에 오라고 하지만 동료들에게 미안해 자리를 비울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음은 늘 초심이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걸려오는 전화엔 매뉴얼대로만 대처하고 앞에 선 민원인과는 눈 마주치는 것조차 겁낸다. 문득 궁금해진다. 업무는 폭증하는데 왜 담당 공무원 수는 늘지 않는 걸까. 복지 서비스가 중요해졌다는데 우리에 대한 시선은 왜 바뀌지 않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불친절한 공무원이 됐을까.

▶관련기사 이어보기

이규연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