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이스라엘 총선 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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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8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아리엘 샤론(74) 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압승했다. 리쿠드당은 크네세트(의회) 전체 의석 1백20석 중 37석을 확보, 제1야당이자 연정 파트너였던 노동당(19석)을 크게 누르고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안보 지상주의자인 샤론의 압승은 2년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의 강력한 진압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우경화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좌파인 노동당은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역 즉각 철수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파격적인 양보를 통해 인티파다를 조기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참패해 이스라엘 국민의 희망은 '힘을 통한 안보'임이 입증됐다.

샤론의 압승에 따라 향후 중동 평화협상에 더욱 험난한 파고가 예상된다. 샤론은 "팔레스타인이 테러전술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평화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전망이다.

샤론은 미국의 압력을 의식해 최근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안을 내놓았지만 ▶이스라엘이 국경통제권을 갖는 비무장 국가여야 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퇴진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팔레스타인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앞으로 이라크 위기가 고조되면 샤론의 강경노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여 인티파다가 격화될 우려가 높다.

국내 정국도 불안이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리쿠드당은 압승하긴 했지만 의석수는 원내 과반수(61석)에 크게 미달,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다.

샤론은 29일 총선 윤곽이 드러난 직후 "군소 극우.종교 정당들과 연합하느니 차라리 재선거를 실시하겠다"며 노동당과의 제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노동당은 "샤론과 연합할 공감대가 전혀 없다"며 거부해 난항이 예상된다.

설사 노동당이 태도를 바꿔 리쿠드당-노동당 거국내각이 출범해도 양당은 중동평화협상과 경제정책 등 현안을 둘러싸고 대립을 거듭하다 갈라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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