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김진만-전현아 부부 신혼 데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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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전 고구려!-평양에서 온 무덤벽화와 유물'전(3월 5일까지)은 결혼한 지 채 네달이 안된 '따끈따끈한' 신혼부부에게 훌륭한 데이트 코스였다.

지난해 인기 TV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경빈 박씨의 몸종 '금이'역을 열연, 단숨에 무명을 털어낸 전현아(32)씨와 TV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 영화 '신혼여행'에 출연한 김진만(34)씨 부부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특별전시장을 찾아 '고구려!'전을 관람했다.

왕성했던 방송 출연과 올가을 연극 준비 사이 '스토브 리그'같은 여유를 이용,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직접 노래를 부르고 연기도 한 연극 같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전씨는 사극으로 뜬 스타답게 고구려에 관해서도 보통이 넘는 지식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국사 과목을 유난히 좋아했고 덕분에 성적도 좋아 아직도 친구들이 '국사 잘했던 아이'로 기억한다"는 전씨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오녀산성이 고구려의 첫 발원지라고 들었던 것 같다"며 옛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러자 남편 김씨는 "재작년 서울예대 연극연출 전문가 과정에서 중국 내 소수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2년 만에 남한 땅에서 고구려 유물들을 다시 보니 반갑다"고 응수한다.

무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 중 청룡의 발가락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전씨는 "원래 황제의 나라에서만 청룡의 발가락을 다섯개로 표현했다"며 '들은 풍월'을 밝혀 전시장 내 설명 요원을 놀라게 했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의 건국 설화가 4세기 소수림왕이 집권한 후 꾸며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맞느냐"는 질문에는 설명 요원이 쩔쩔 맬 정도다.

부부는 안악 3호분 안의 수박희(手搏戱) 그림을 보자마자 나란히 "수박희!"라고 외치기도 했다. 수박희는 삼국시대부터 성립된 전통 무예로 태권도의 원조 격이다.

부부는 신혼답게 관람을 마칠 때까지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올 가을 대학로 무대에 김씨가 희곡을 쓴 연극을 올릴 계획이라는 부부는 차분함이 잘 어울리는 선 고운 한쌍이었다.

전씨는 "좀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시장을 찾고 보니 그동안 고구려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길 잘했다"며 활짝 웃었고, 김씨는 "아무런 보존 대책도 없이 훼손되고 있는 중국 내 고구려 무덤 사진을 보며 무척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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