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너의 독단'서 '오너 추종'으로 그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일한다. 매일 10건 안팎의 이메일을 보내고, 1시간 이상 인터넷에 접속한다. 자기 개발을 위해 경영서 등 신간을 구해 읽는 한편 세미나에 참석해 전문가들과의 교류에도 힘쓴다.
지난해엔 한 달에 한 권 남짓 단행본을 읽었다. 올해 연봉은 9천5백만원 정도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적정 연봉 1억3천여만원엔 턱없이 못 미친다.
한국의 CEO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57.0%가 하루 1시간 이상 인터넷을 뒤적이고, 74.1%가 자기 개발을 위해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난해 읽은 단행본은 15.6권. 61.4%는 자기 개발을 위해 세미나 등에 참석한다.
올해 평균 연봉은 9천4백92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스스로 평가한 적정 연봉(1억3천1백14만원)에 비하면 3천6백22만원이나 적다. 자신의 몸값이 27.6% 저평가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난 2월 중·하순 본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실시한‘한국의 CEO’조사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들 CEO는 21세기 CEO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과반수가 비전 제시(55.1%)를 꼽았다(복수 응답). 다른 조건들은 높은 윤리의식(28.0%), 우수 인력 확보(26.0%),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22.7%), 빠른 의사 결정(18.9%), 오픈 마인드(18.0%), 디지털 마인드(10.4%), 불건전한 관행 타파(7.5%), 네트워크의 활용(2.7%)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1차 조사에서 CEO의 조건으로 가장 많이 지적된 디지털 마인드(지난해 38.4%)가 퇴조한 반면 윤리의식(지난해 14.0%)이‘약진’한 점이다. 정경유착을 드러낸 각종 게이트와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전 제시는 제조 대기업 CEO들(63.6%)이, 나이로는 60대 이상(76.8%), 학력면에서는 대체로 고학력자일수록(고졸 이하 21.4%, 대졸 53.3%, 석사·석사과정 68.1%, 박사·박사과정 57.9%. 단 박사·박사과정인 사람들은 전부 12명으로 이들의 응답 경향을 따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CEO의 조건으로 많이 꼽았다.
높은 윤리의식은 벤처 기업들이 연루된 게이트들이 터져서인지 벤처 CEO들(44.4%)이 CEO의 조건으로 많이 지적했다. 또 나이로 보면 40대가(32.2%), 학력면에서는 뜻밖에 학력이 낮을수록(고졸 이하 49.3%, 대졸 30.2%, 석사·석사과정 21.4%, 박사·박사과정 19.6%) 많이 골랐다.
우수 인력 확보는 벤처 기업 CEO들이(44.4%), 나이는 젊을수록(30대 이하 34.3%, 40대 32.0%, 50대 26.3%, 60대 이상 9.0%), 학력은 높을수록(고졸 이하 19.0%, 대졸 27.2%, 석사·석사과정 29.3%) CEO의 조건으로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는 나이가 많고(30대 이하 8.0%, 40대 18.5%, 50대 23.9%, 60대 이상 35.4%), 학력이 높을수록(고졸 이하 0.0%, 대졸 21.6%, 석사·석사과정 24.7%, 박사·박사과정 38.3%) 중시했다.
빠른 의사결정은 업종별로는 벤처나 비제조업 CEO보다 제조업 CEO들이(제조 중소기업 25.0%, 제조 대기업 22.7%), 나이로 보면 고령자일수록(30대 이하 0.0%, 40대 12.2%, 50대 23.5%, 60대 이상 28.3%) 강조했다. 오픈 마인드는 벤처 기업 CEO들(33.3%)과 30대 이하의 젊은 CEO들(59.3%)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또 전문 경영인 체제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전문 경영인의 오너 추종(28.0%)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오너의 독단(22.6%), 유명무실한 이사회(17.9%), 불투명한 회계관행(12.3%) 순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조사에서 CEO들은 전문 경영인의 오너 추종(22.2%)보다 오너의 독단(30.8%)을 더 문제 삼았었다. 오너보다 전문 경영인들에게 더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사외이사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응답자의 34.2%가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고 답한 반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응답은 8.5%에 불과했다. 과반수(52.5%)는 ‘그저 그렇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외이사제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벤처(44.4%)와 제조 대기업(40.9%)의 CEO들이, 나이로 보면 30대 이하(59.3%)가 많이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63.2%가 반대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33.9%였다. 반대 의견은 제조 대기업 CEO들(86.4%)이, 30대 이하(74.9%)가, 오너(55.2%)보다는 전문 경영인들(72.9%)이 많이 보였다.
우리 경제는 과연 회복기에 들어섰나? CEO들의 43.8%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라고 답한 55.5%의 CEO들 중에서도 14.2%(전체의 7.9%)는 올 2분기면 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의 과반수(51.7%)가 2분기 내 회복을 전망한 셈이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해서는 과반수인 61.4%가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다 28.0%, 지난해보다 나쁠 것이다 5.7%).
한편 올해 종합주가지수의 최고치는 919.5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28일 마감 지수(819.99)보다 1백포인트 가량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국민의 정부’의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과반수인 55.8%가 정책의 일관성 부족 및 신뢰 상실을 꼽았다. 31.0%는 정책 운용 능력의 부족을 지적했다. 정책 방향의 설정이 그릇됐다는 사람은 9.1%에 불과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도 지난해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난해에는 무려 77.4%라는 압도적인 다수가 정책의 일관성 부족 및 신뢰 상실을 지목했었다. 정책 운용 능력의 부족은 19.4%가, 정책 방향의 그릇된 설정은 2.0%만이 지적했었다.
여전히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라는 일종의 시행착오가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이 높기는 하지만, 1년 새에 20% 가까이가 정책 능력이 부족하거나 경제 철학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기운 셈이다.
이 정부의 이른바 4대 개혁에 대해서는 금융 개혁(49.5%), 기업 개혁(28.2%), 공공부문 개혁(9.2%), 노동 개혁(4.2%) 순으로 평가가 높았다. 1년 새 금융 개혁(35.9%)과 기업 개혁(지난해 49.3%)의 순위가 역전됐다.
우리나라의 CEO들이 가장 존경하는 CEO는 세계적으로는 단연 잭 웰치 전 GE 회장(43.4%)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12.9%)이 격차를 두고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국내 CEO들 중에서는 손길승 SK그룹 회장(11.3%),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8.3%), 김정태 국민은행장(8.3%) 등이 존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 개발의 수단으로서 새 책 읽기는 제조 대기업 CEO들이(90.9%, 제조 중소기업 75.0%, 비제조업 64.3%, 벤처 50.0%) 많이 활용했고,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30대 이하 42.2%, 40대 68.2%, 50대 81.8%, 60대 이상 80.4%), 오너 경영인(66.6%)보다는 전문 경영인들(83.2%)이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미나 참석 등 전문가 집단과의 교류는 벤처 기업 CEO들(87.5%)이, 나이로는 50대(72.2%)가, 학력이 높을수록(고졸 이하 29. 4%, 대졸 55.7%, 석사·석사과정 78.0%, 박사·박사과정 80.4%), 오너(56.9%)보다는 전문 경영인들(66.9%)이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정 연봉에 대한 기대치는 CEO들의 종사 업종별로 볼 때 제조 대기업(2억1천9백여만원), 비제조업(1억1천7백여만원), 벤처(1억1백여만원), 제조 중소기업(8천8백여만원) 순으로 높았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오너 경영인(9천1백여만원)보다 전문 경영인들(1억9천2백여만원)의 적정 연봉에 대한 기대치가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 경영인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비교적 큰 회사의 CEO들인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들 전문경영인(1억2천1백여만원)은 실제 연봉면에서도 오너 경영인들(7천6백여만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CEO들은 한편 취미 생활로 골프를 가장 많이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3%가 골프가 취미라고 답했다. 골프는 제조 중소기업 CEO들(50.0%)이 가장 많이 치고 있고, 벤처 기업 CEO들도 22.2%가 취미라고 답했다. 골프는 나이가 많은 CEO들일수록 많이 쳤다(30대 이하 0.0%, 40대 39.7%, 50대 46.2%, 60대 이상 68.9%).
나머지 CEO들은 골프 외의 스포츠(15.5%), 등산·낚시(12.9%), 독서(11.1%), 영화·음악 감상(7.3%) 등이 취미라고 답했다. 골프는 오너 경영인들(48.9%, 전문 경영인 37.6%)이 많이 치는 반면 등산과 낚시는 전문 경영인들(25.5%, 오너 경영인 2.5%)이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