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박사의 한방 건강 신호등 ③ 체형과 노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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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만 짚어보고 병을 아는 경지를 명의(名醫)라고 한다. 척 보기만 해도 병을 알면 신의(神醫)라 한다. 당연히 명의보다 신의가 더 높은 경지다. 신의가 되려면 체형과 안색을 알아야 한다. 안색은 지난번(중앙일보 2월 4일자 S5면)에 소개했으니 체형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영화 ‘은교’에서 박해일은 노인 연기를 멋지게 소화했다. 비결은 다 펴지 않는 관절에 있었다. 허리뿐 아니라 무릎·어깨·팔꿈치까지 모든 관절을 조금 구부린 채 있거나 조금만 움직였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 주변 근육이 약해져 관절 회전각이 줄어든 것을 잘 잡아낸 것이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 형태가 무너진다. 중년을 맞으며 배가 나오고 등이 굽는다. 특히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노화의 명확한 증거다. 체형을 보면 호적상 나이를 넘어 생체 나이를 알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체형도 체질에 따라 중요하게 따질 부분이 다르다.

소음인은 상체가 꼿꼿해야 건강하고 젊다. 비위(脾胃)의 소화 기능이 약한 소음인은 젊었을 때부터 상체를 약간 굽히고 다닌다. 등을 굽히고 가슴을 오그리면 비위가 위치하는 심복부도 그렇게 된다. 이 자세는 활발해야 할 위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한다.

등과 가슴을 펴려면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 자세가 불편해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등과 가슴을 펴는 근육을 길러야 한다. 등을 굽힌 자세의 반대 방향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효과적이다. 어깨 관절의 회전각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양인은 체격에 비해 상체가 왜소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나이가 들면 하체 근육이 빠르게 약해진다. 소양인의 신체 나이는 하체 근육에 달린 셈이다. 종아리를 잡았을 때 근육이 단단히 박혀 있으면 좋다. 평소 많이 걷고 달려 하체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태음인은 배가 나와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높은 사람이 수명이 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데 대부분 태음인이 해당한다.

태음인은 영양 저장을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인다. 태음인이 어느 정도 살찌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야구선수 이대호는 배가 많이 나온 체형이지만 최근까지 3루 수비를 볼 정도로 민첩하다. 답은 근육 비율에 있다. 태음인은 체중에서 근육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 약간 높은 BMI는 문제되지 않는다. 특히 이대호는 복근도 있다. 하지만 태음인은 중년 이후 근육량이 줄어들기 쉽다. 땀을 내는 운동으로 지방은 태우면서 근육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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