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매출 158조원 재계 3위로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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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재계 3위 SK그룹이 8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매출 158조원, 자산 144조원을 기록한 SK는 ‘잿더미’에서 시작해 섬유·석유화학·정보통신 사업 등에서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SK의 모태는 경기도 수원시 벌말(현 평동)에 있는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다. 선경직물은 1941년 일본 선만주단과 교토직물이 합작해 만든 기업이다. 이 회사 생산조장 출신인 고 최종건(1926~73) 창업회장은 53년 3월 관재청(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을 관리하던 정부기관)에서 선경직물을 불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장은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고 폐허가 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공장을 매입한 고 최 회장은 곧바로 잿더미 속으로 달려갔다. 쓸 만한 부품을 모으고 구부러진 기계를 펴서 4대의 직기를 재조립했다. 여기에 16대의 직기를 새로 들여놓으면서 직물 사업을 시작했다.

 최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회사를 이어받은 동생 최종현(1929~98) 회장은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하면서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어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그룹 사업구조를 섬유·석유·정보통신 3대 축으로 키웠다. 98년 그룹 총수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은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실현했다. 현재 SK는 전 세계 16개 나라, 29개 광구에서 석유 탐사와 개발을 진행해 국내에서 25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5억10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했다.

 덩치도 커졌다. 62년 섬유업계 최초로 인조견 4만6000달러어치를 홍콩에 수출한 이래 2004년 100억 달러, 지난해 600억 달러 수출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십 명이던 직원은 7만8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최 회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오너 부재’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최 회장은 7일 발간한 60년 사사에서 “SK의 도전·열정의 원천과 목적은 행복에 있다”며 “구성원 모두 사회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찾기 위해 힘쓰자”고 당부했다.

 SK는 8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SK아카데미(그룹 연수원)에서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한다.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최신원 SKC 회장은 “일단 도전해 반드시 성과를 내는 것이 ‘최종건 정신’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창근 의장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이 참석한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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