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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조례 만능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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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해 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인간 행위의 모든 것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사회질서를 위한 법은 가동하게 하되 윤리와 도덕을 포괄하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나 사회마다 고유한 미풍양속과 특수한 문화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학부모조례에 이어 최근에 사학기관 운영지원 조례를 내놨다. 그런데 이런 조례가 나올 때마다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최소한의 안전망을 둔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조례 만능 교육청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예를 들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 보장과 교육적 생활지도를 둘러싼 다툼으로 비화됐다. 인권 운동가와 교원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학부모조례 역시 예산까지 주면서 학부모회를 설치하게 한다는 의견과 학부모의 자발성과 자치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사학조례를 놓고서도 사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지방교육행정청의 감독권 강화라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충돌 직전의 마주 보는 열차처럼 아슬아슬하다.

 『상식밖의 경제학』이란 책을 보면 ‘공짜가 제일 비싸다’고 한다. 조례 제정의 타당성을 따지기 앞서 학교 내의 문제는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게 경제적 편익과 교육적 효과성이 월등하다. 선박왕 오나시스와 케네디 전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 여사의 결혼 계약서는 700장 분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파경을 맞았다. 결혼을 유지해주는 건 계약서보다 애정과 결혼 문화일 것이다. 교육 문제도 어디까지나 법 이전에 건전한 상식과 사회적 통념, 다시 말해 문화로 접근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이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다.

김기연(부천 상인초등학교 교장)

경기도 초등교장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