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스코만 남은 그랜드슬램 … 박세리 “우승 땐 후배들과 풍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여기 바라보면서 열다섯 살을 먹었네요.”

 박세리(36·KDB산은금융그룹·사진)가 사막의 태양 아래 빛나는 푸른 페어웨이를 보며 말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4일 밤(한국시간) 개막했다.

 박세리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한을 품고 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사막에 있는 이 골프장의 더위 속에서 박세리는 14년간 땀을 흘렸지만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해 마지막 목표인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 대회에서 아픈 기억이 많다. “대회가 끝나는 일요일마다 우승을 놓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면서 내년, 내년을 기약하다가 15년이 흘렀다”고 박세리는 말했다. 박세리는 그래도 즐거운 상상을 한다. 18번 홀 옆 연못에 빠지는 상상이다. 그는 “호수가 좁을 것 같다”고 했다. “왜냐하면 저와 이 대회의 인연을 아는 분들, 제 우승을 기원하면서 응원하러 오실 분들이 많을 것이고, 세리 키즈도 다 데리고 들어갈 테니까요.”

 세리 키즈에 대해 박세리는 “나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게 된 아이들인데 내가 고생길의 문을 열어 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며 “함께 물에 들어가 노고를 위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자의 전통인 호수 점프에는 동반자가 있었다. 1991년 에이미 알콧은 대회 주최자인 다이나 쇼어와 함께 뛰어들었고, 2000년 카리 웹(호주)은 가수 셀린 디옹과 함께 점프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와 함께한 경우는 없다. 한국 선수들이 대거 뛰어든다면 골프 역사에 남을 일이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언니가 우승한다면 당연히 함께 축하해야죠”라고 했다. J골프가 5~6일 대회 1, 2라운드는 오전 1시(오전조)와 오전 7시(오후조) 두 차례로 나눠 생중계한다. 7~8일 3, 4라운드는 오전 6시부터다.

란초 미라지=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