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소국에 자국정책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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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은 거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힘없는 나라들에 자국의 외교정책과 경제목표를 강요하는 불량배다."

브라질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은 27일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반세계화.반전.노동운동가들은 이날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에 맞춰 각종 회의와 모임 등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을 '석유 전쟁'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에 이라크전을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중 3만여명은 '이라크전 반대''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비토리오 아그노레토 유럽사회포럼 대표는 "유엔은 이라크 전쟁을 거부하는 세계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유엔이 미래에도 제 역할을 하려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을 지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언어학자이자 반전운동가인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교수도 "이라크전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국민조차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며 "반전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농민운동과 사회운동단체.제3세계 부채탕감위원회도 공동성명에서 "이라크전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체첸.쿠르드족에 대한 공격, 아프가니스탄.콜롬비아.아프리카의 전쟁, 북한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니틴 데사이 경제.사회문제 담당 사무차장이 대독한 서한에서 "유엔 안보리가 역사상 가장 중대한 시험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라크 전쟁 위기와 한반도의 핵 확산, 중동의 폭력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반세계화 운동가로 변신한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제3세계의 고통을 심화하는 이들 기구를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캘리포니아주 정치인 출신의 인권 및 환경운동가 톰 헤이든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FTAA는 남미 경제를 미국에 종속시켜 남미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4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인 FTAA가 창설되면 다국적기업들은 먼저 남미를 착취하고 이어 미국의 환경규제와 노동조건도 후퇴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의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미국이 터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이라크 침공에 필요한 군사기지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며 돈과 전쟁을 맞바꾸는 거래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WSF 참가자들은 28일 폐막식에서 다음달 15일 이라크.북한 전쟁 반대, 중동의 평화협상 등을 촉구하는 전세계적인 대규모 시위 계획을 밝혔다.

정재홍 기자, 외신종합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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