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와 전쟁 지휘자가 탈세 앞장…고양이에게 생선 맡겼던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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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랑스의 전직 국세·예산장관인 제롬 카위자크(61)가 해외의 비밀 계좌로 소득을 빼돌려 탈세를 해 왔다고 시인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 출범 당시 각료로 임명돼 지난달 19일까지 장관을 지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따르면 카위자크는 2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오늘 법원에 출두해 판사에게 해외 계좌의 존재를 시인했으며 계좌에 들어 있는 60만 유로(약 8억5000만원)를 파리의 은행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다”고 밝혔다.

 카위자크는 프랑스의 폭로 전문 인터넷 언론인 메디아파르가 지난해 12월 그의 해외 계좌 보유 의혹을 제기한 이후 줄곧 이를 부인해 왔다. 지난달 법원(프랑스에선 검찰이 법원의 산하 조직)의 수사 착수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도 결백을 호소했다.

 카위자크는 20년 이상 스위스 UBS은행 등에 비밀 계좌를 보유하며 탈세와 돈세탁을 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계좌의 잔액이 60만 유로라고 주장했지만 더 큰돈이 분산 예치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주간지 르카나르 앙셰네에 따르면 그는 2009년에 세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 계좌의 돈을 싱가포르의 은행으로 송금했다.

 그에 대한 의혹은 전직 세무공무원의 제보로 불거졌다. 지방 세무소 직원이었던 레미 가르니에는 카위자크가 하원의원이었던 2000년대 초 그의 지역구에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그는 당시 카위자크의 개입으로 세금 추징이 이뤄지지 못했 다고 믿고 있다. 심장병 전문의였던 카위자크는 20여 년 전 모발 이식 성형업에 뛰어들어 재산을 불렸다.

 ‘탈세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카위자크가 탈세에 앞장섰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올랑드 정권은 충격에 빠졌다 .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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