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땅 안 밟고 읍내 못 지나” … 230억 갑부 진태구 태안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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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발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세인의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모두 230억6174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공개대상인 행정부 공무원 1933명 가운데 압도적으로 1위에 오른 진태구(68) 충남 태안군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2위(이재녕 대구시의원)와는 100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취재를 요청하자 진 군수는 “대대로 내려온 재산일 뿐 이상하게 볼 게 하나도 없다”며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진태구(오른쪽 사진)

 진 군수가 재력가란 사실은 지역에선 널리 알려진 ‘구문’이다. 그의 고향인 안면도에선 “진 군수의 땅을 밟지 않고서는 (안면)읍내를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나돈다. 신고된 재산 내역을 봐도 그는 논밭과 임야, 염전 등 모두 60여 건 63만6670㎡의 토지를 소유한 땅부자다. 상가와 주택, 아파트, 사무실 등도 20여 건 있다. 반면 예금은 2억5400만원에 ‘불과’했다. 3대가량 전부터 땅부자였던 그의 집안은 농업과 염전운영 등 가업을 이어갈 뿐 다른 사업에 손을 벌리지 않고 착실히 재산을 불려왔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진 군수의 한 지인은 “2002년 안면도 꽃박람회와 서해안 개발 붐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재산가치가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다.

 진 군수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서울에서 마친 뒤 잠시 교편을 잡다 고향으로 내려가 40여 년간 농사를 짓고 염전을 운영했다. 그는 1987년 서산수협조합장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4년간 수협조합장을 지낸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태안군수에 당선되면서 공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2010년 한 차례 낙선했지만 재선거에서 이겨 3선 고지에 올랐다.

 막대한 재산가임에도 진 군수의 생활은 검소한 편이다. 그는 2005년식 SUV(테라칸·800만원) 차량을 직접 몬다. 지난해까지는 10년 된 국산 중형차(2000㏄)를 몰았고 두 아들도 모두 중형(2000㏄급) SUV 차량을 탄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에는 직접 농사를 짓고 염전에서 거둔 소금을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진 군수는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는) 농군이었으니 퇴임 후 다시 농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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