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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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 「중앙통신」부사장 이수근 씨는 어제 하오 극적인 자유에의 탈출에 성공, 마침내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이날 이 역사적인 탈출의 전모를 민간인 신문기자로서 단 혼자 목격한 동양방송 김협 기자의 말을 들으면 이수근 씨의 탈출은 그야말로 입체적 전투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한다.
군사정전 위원회 2백 42차 본회의가 열렸던 판문점 회담 장소 앞에 대기중 이었던 「유엔」군측 영국군 대표 「밴」준장의 승용차에 뛰어 올랐던 순간부터 북괴 경비병의 총격을 받으면서 탈주하던 순간 까지, 또한 북괴 초소를 육탄으로 돌파하기에 이르기까지 이 짧은 역사적 탈출의 경위는 참으로 극적인 것이었다 한다.
그중 에서도 이수근 씨의 탈출을 도운 「유엔」군측의 활동은 눈부시게 민첩하고 입체적이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기동성과 위기를 구하는 용기가 없었고 치밀한 대응이 없었던들 아마도 이수근 씨의 자유에의 탈출은 좌절되었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민이 쌍수로 환영하는 이 씨의 탈출을 마침내 성공으로 유도한 「유엔」군측의 노고에 우리는 우선 심심한 사의를 표하여야 하겠다. 물론 철의 장막을 박차고 자유조국의 품을 찾은 이수근 씨의 용기와 결단에 대해서는 전국민이 다함께 존경의 뜻을 표할 것으로 안다. 북괴의 신문기자가 그와 같이 자유를 선택한 일은 한재덕 씨, 이동준 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 데 우리는 이번 탈출 성공 보도에 접하여 몇 가지 감회가 없지 않다.
첫째, 이와 같이 북괴 언론인이 그것도 고위 언론인이 줄을 지어 공산 통제 사회를 박차고 대한의 품을 찾게 되었다는 것은 다름 아닌 위대한 자유의 승리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수근 씨의 경우도 그 감격이 너무나도 벅찼던 까닭에 혈압이 올라 미처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하거니와, 위대한 자유의 승리는 말에 앞서 눈물을 가져오게 했고 목숨을 건 필사의 탈출행을 결단케한 것이었다.
둘째, 이수근 씨의 탈출로 우리는 다시금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민주주의의 초석인가를 실감케 된다. 그가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한국의 자유를 눈여겨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었지만 만일에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하였던들 그는 탈출 의사를 중도에 포기하였을지도 모른다. 거듭 말할 것도 없이 언론 자유의 확립은 민주주의를 성립시키는 최초·최종의 전제이거니와 공산 통제사회를 압도하는 우리의 최대의 무기가 바로 이 언론의 자유라는 것을 이번 사건은 웅변하여 주고 있다.
세째, 우리는 앞으로 더욱더 북한에 사는 우리의 동포들에게 자유의 체온을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암흑과 불행 속에 있는 북녘의 동포들에게 자유의 빛을 밝혀 주고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기 위해선 물론, 우리 자신이 보다 자유의 영역을 확대해 가야할 일이지만 그런 노력과 함께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전달하는 보다 나은 방편을 끊임없이 찾고 구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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