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애플 이어 구글 … 미 제조업 유턴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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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제조업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미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짓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주력했었다. 그러나 최근 개도국의 임금 상승으로 미국에 공장을 세워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제조업을 돌아오게 하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은 ‘구글 글래스’ 제조 공장을 미 실리콘밸리에 짓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구글은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대만의 훙하이정밀이 운영하는 공장을 세우고, 이 공장에서 구글 글래스를 만들 예정이다. 안경처럼 쓰는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사진이나 비디오 등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또 안경에 부착된 작은 화면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음성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앞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지난해 말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서 맥 컴퓨터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최근 해외에서 만들던 소형 트럭 등을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월풀·오티스·캐터필러·콜맨 등도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되돌렸거나 국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 기업들이 리쇼어링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라고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분석했다. 첫째, 개도국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미국 내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10년 미국 남부 지역 제조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21.3달러로, 중국 양쯔강 삼각주 지역의 8.6달러에 비해 2.5배 높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격차가 1.5배로 축소될 전망이다.

 둘째,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경영 효율과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된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생산비용은 중국보다 108% 높지만, 지적재산권 보호 비용과 물류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그 차가 12%로 준다. 셋째, 소비시장에 공장이 있으면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제때 생산하기 쉽다. 넷째, 미국 내 공장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해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

 미 정부도 해외 진출 기업의 미국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래의 제조업 혁명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이 이끌 것”이라며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업에는 (공장) 이전 비용의 20%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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