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화소식]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 '레세-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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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한 작가의 친일행각에 대한 비판/옹호 논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 비판/옹호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일제치하를 살아갔을까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특히, 특별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천차만별의 삶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개봉한 '레세-빠세(Laissez-Passer, 통행증)'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도 대답도 아닌, 그 자체이다.

1942년, 나치 치하의 파리에서 장 드배브르(Jean Devaivre)는 조감독으로 독일계 영화회사에서 일하면서 레지스탕스를 위한 활동을 모색한다. 한편 시나리오 작가 장 오랑슈(Jean Aurenche)는 독일과의 모든 작업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나찌에 저항할 방법을 찾는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레세-빠세'는 이들 두 인물의 삶을 단순한 재구성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인물들의 생생한 발자취를 따라간다. 실제 존재했던 이름, 영화의 제목, 인용구등을 대사 속에 적절히 삽입하는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와 장 코스모의 시나리오는 덜함도 더함도 없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을 맡은 자끄 감블렝(Jacques Gamblin)과 실제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드니 포달리데(Denis Podalydes, '리베르떼-올레롱'과 '오직 신만이 나를 이해해'를 집필)의 호연은 영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영화의 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Bertrand Tavernier)는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과 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시나리오 작가 장 오랑슈와는 '생-뽈의 시계상(L' Horloger de Saint-Paul)'이나 '축제가 시작되었다(Que la fete commence)', '추방(Coup de torchon)'에서 같이 작업했고, 장 드배브르의 영화 '7가지 죄의 농장(La Ferme des sept peches)'와 '11시의 여인(La Dame de onze heures)'의 재개봉 여부를 놓고 장 드배브르와의 설전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박정열 jungyeul.park@linguist.jussieu.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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