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편안해도 항상 조심하라, 이것이 주역의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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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중톈

‘사람은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가장 낮은 것이 가장 숭고한 것이고, 가장 공허한 것이 가장 실재적인 것이다. 또, 가장 생태적인 것이 가장 현대화된 것이다.’

 중국 고전의 대가 이중톈(易中天·66)이 풀이한 노자(老子)의 핵심이다.

그를 거치면 옛날 고리짝 노자도 현대적 사상가로 살아난다. 『삼국지 강의』『이중톈의 미학강의』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의 신작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중앙북스)에 대한 반응이 좋다.

중국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람다운 삶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까닭일까. 주요 서점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가 직면한 고전에 빗대며 콕콕 짚어온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신간에서 중국인의 실용성을 부각시켰다. 중국인의 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고전이라면.

 “아마 어느 고전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실용적인 사람이라면 고전서가 뭐라고 하든지 마음에 두겠나. 하지만 잘 살펴보면, 미묘한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 『주역』과 『노자』조차도 사실은 모두 실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실용의 예를 든다면.

 “중국의 지혜를 이야기하자면 『주역』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역』은 우환의식(憂患意識), 이성적 태도, 변혁정신, 중용원칙을 강조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우환의식이다. 지금 당장 편안해도 향후에 힘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라(居安思危)는 것이다. 맹자도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고 말했다. 노자도 ‘복락이여! 재앙이 그 안에 숨어 있구나’라고 했다. 고대 고전 중에 실용을 얘기하지 않은 게 있을까 싶다.”

 -노자를 인도주의자라고 했는데.

 “노자가 어떤 책인지 견해나 주장이 너무 많다. 병서(兵書)라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노자의 핵심은 ‘사람이라면 자애심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약자 편에 섰다. 노자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도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지도자에 대해서도 ‘사람을 잘 쓰는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겸손하다’(善用人者爲之下)고 강조했다.”

 -인문학을 경영, 리더십 등의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는 경계론도 있다.

 “인문학자의 임무는 ‘도(道)’가 ‘기술(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적인 차원의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기술만을 강조한다면 인문학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 『삼국지 강의』로 갑부가 된 학자로 알려졌다. 예나 지금이나 돈은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한다.

 “문제는 ‘숭배한다’는 것에 있지 ‘돈’에 있지 않다. 만약 돈이 죄가 된다면 왜 은행가를 모두 구속하지 않는 걸까. 또, 돈을 숭배하는 것만 문제일까. 숭배할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을 숭배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나 과거나 돈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있지 ‘돈’에 있지 않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내 책이 가장 많이 번역된 나라다. 이번 책은 『선진제자 백가쟁명』의 후속편이다. 4월 중순에 『아산지석(我山之石)』도 한국에서 나올 예정이다. 중국 사상의 원류를 탐구해온 작업이 이 세 권으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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