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카드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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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카드, 낭비를 막는 장점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비용과 위험이 숨어 있다.

미국인 개개인이 지고 있는 부채가 사상 최대치에 이른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도브 컨설팅과 미 은행인연합회(ABA)에 따르면, 직불카드의 사용이 어느새 신용카드 사용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이나 서비스 이용 시 은행 계좌에서 구매대금이 바로 빠져나가는 직불카드의 이용률이 26%인 반면, 대금 청구서가 도착한 후 지불하게 되는 신용카드 사용율은 2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몇 년 전에 비해 형편이 어렵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돈관리 하는데 직불카드가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직불카드는 무절제한 소비를 막는다,"고 도브 컨설팅의 리차드 크로운(Richard Crone) 부회장이 설명했다.

개인수표도 같은 효과가 있지만, 직불카드에 비해 번거로우며 은행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직불카드의 경우,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60센트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한다. 게다가 신용카드 거래와 같은 카드대금 미결제의 위험이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은행들이 직불카드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들은 매달 꼬박꼬박 결제일에 카드대금을 상환함으로써 이자부담을 피하는 고객들(convenience users)에게 직불카드를 권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바로 이 점이 가장 설득력이 약한 부분이다. 그 이유는?

--신용카드와 달리 결제 유예기간이 없기 때문에 상환을 늦출 수가 없다. 신용카드 사용 시, 결제일까지 보통 20일 내지 30일 동안 현금상환이 미뤄진다. 따라서 그 기간만큼 사용 이자를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금 지불이 이루어지기 전, 제품에 하자가 있어 반품하거나 상거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직불카드는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카드발급 업체가 고객들에게 불량 상거래 발생 시 카드이용자에게 편의를 봐주고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신용카드에 비하면 불편하다,"고 애틀랜타에 있는 컨설팅업체 스피어 앤드 어소시에이츠사(Speer & Associates)의 조지 올브라이트씨가 지적했다.

--마일리지 혜택이 적다. 최근 포인트나 마일리지 제도가 확산되면서, 마일리지로 왕복항공 티켓은 물론 대학등록금(시티은행의 Upromise카드)까지 지불할 수 있게 되었다. 체이스 맨해튼에서는 직불카드를 사용할 경우 컨티넨탈 항공의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있지만, 달러당 1마일이나 되는 신용카드에 비해, 직불카드는 절반인 달러당 반 마일 밖에 받지 못한다.

--보안상 허점이 더 많다. 신용카드 분실 또는 도난 시, 카드소유자에게 처음 50달러(약 6만5천원)에 대해서만 부담을 하도록 하나, 그것마저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궁극적으로는 직불카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카드주인이 도난당한 것을 눈치채기 전에 부정사용 되기 쉽다. (직불카드의 42%가 비밀번호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은행측에서 보상을 해주지만(비자카드社는 5일 내에 돌려주도록 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24시간 내에 그렇게 한다.), 신용카드를 도난 당하는 것보다 번거롭다.

만약 물건을 구입하고, 다음날 후회하는 사람이라면, 직불카드가 좋을 것이다. 루디 카바조스(Rudy Cavazos) moneymanagement.org의 기업파트 책임자는 직불카드가 과도한 지출을 삼가게 하기 때문에 돈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직불카드는 예금구좌에서 물품대금이 바로 인출되기 때문에 이자나 수수료 부담이 없다. 하지만 만약 이용대금의 일정비율만 갚는 서비스 때문에 지출을 계속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직불카드가 제격이다."

JEAN CHATZKY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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