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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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예술가에게 여성의 이미지는 빨간 사과를 쥐고 있는 여자의 손이다.

콩고민주공화국 화가는 물동이를 이고 음식 바구니를 손에 든 임산부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로 여성을 표현한다. 영국 예술가는 아이를 위해 만든 강면(鋼綿) 방호 조끼로 이를 보여준다.

이 인상적인 이미지들은 '세계의 여성 : 세계 예술 컬렉션(Women of the World: A Global Collection of Art)'에 전시된 화려하고 다양한 작품 1백77점 중 일부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예술가들이 같은 의문을 던졌다.

여성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이달 초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시 뉴잉글랜드대학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예술가 겸 메릴랜드대학 교수인 클라우디아 데몬트의 발상에서 나왔다.

데몬트는 5년 전 티베트로 가서 현지 예술가들과 아플리케(여러 가지 빛깔의 천으로 여러 모양을 오려 낸 헝겊을 다른 천에 꿰매거나 붙이는 수예)와 유사한 전통직물공예 작품 활동을 한 뒤 이 전시회를 꿈꿨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에 나타난 하이힐 구두와 핸드백 같은 여성 관련 이미지를 티베트 예술가들이 이해하지 못하자 데몬트는 단절감을 느꼈다.

"티베트에 가서 그들이 토스터가 무엇인지 몰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 작품이 얼마나 서양 중심적인지 깨달았다."

데몬트는 보편성에 근접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세계 각지의 여성들에게 '여성'이라는 주제를 예술적으로 해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품 크기가 8인치(약 20.3센티미터)의 정사각형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

준비 기간 오래 걸려

데몬트는 개인적 연줄과 박물관, 그리고 정부 기관과 심지어는 유엔까지 이용해 각국의 예술가들과 접촉했다. 그녀는 이 일을 준비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예술가 패트 데릭은 강면(鋼綿)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데릭은 "이 작품은 전쟁 희생자들의 절망을 반영한다. 강면 조끼는 자신의 아기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일이 잘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한 어떤 일보다 1천배는 보람있었다."

데몬트는 일부 국가들과 접촉이 안되거나 응답을 듣지 못했을 때 낙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 작품들을 모았다. 차드공화국와 북한 등은 결국 제외됐다.

"세계 각지에서 온 작품을 받아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표현한 여성상을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작품들은 회화, 콜라주, 자수, 사진, 바틱(천 염색)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바구니로 여성을 표현한 브룬디 작품처럼 비교적 원시적인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방울로 장식된 세네갈 회화처럼 추상적인 작품도 있다.

일하는 여성

어떤 작품들은 여성의 몸, 손, 얼굴, 어머니와 자식 등의 주제를 재현했다. 일을 주제로 한 작품도 상당히 많았다.

데몬트는 "많은 작품들이 힘든 노동을 하거나 들판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룬디의 카리타스 카멜로는 이번 전시에서 일하는 여성을 표현한 작품을 냈다.

데몬트 자신은 이번 전시회에서 원래 미국의 여성상을 표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큐레이터로서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을 포함시키지 않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데몬트는 자신이 정신적 스승으로 삼고 있는 이에게 부탁했다. 이 여성은 익명을 조건으로 참여하는 데 동의했다.

데몬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 예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여기저기 편지를 쓰면서 자금은 빠르게 모였다.

전시 계획이 알려지면서 뉴욕 현대예술박물관 고위 관계자와 익명의 한 재단 등으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았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경매에 부쳐져 그 수익금이 뉴욕여성재단에 보내질 예정이다.

데몬트는 이번 전시회에서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일반의 호응에도 상당히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세계의 모든 나라마다 친구를 한 명씩 갖고 있다."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