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표기업들 "단기 실적 전망 발표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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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뉴욕=심상복 특파원] 미국 최대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는 앞으로 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 코카콜라가 같은 내용을 발표했고, 맥도널드.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음식료.정보기술(IT).통신업계 등 각 분야의 대표주자들이 이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단기 실적 전망치를 내지 않는 것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기 실적전망을 발표할 경우 여기에 얽매여 회사의 장기전략 추진이 방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실적 예상치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앞날이 불투명할수록 실적전망을 하기 어려워 더욱 고충이 많다고 말한다.

미국 재계에서 이런 방침을 처음 행동에 옮긴 사람은 워런 버핏이었다.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전략으로 유명한 그는 기업이 단기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장기전략을 그르치기 쉽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철학을 자신이 운영하는 대형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를 통해 이미 실천하고 있다. 그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질레트도 이 관행을 폐지한 지 2년이 됐다.

그러나 기업들이 발표하는 단기실적 전망을 투자의 중요한 잣대로 삼아온 개미투자자들은 답답하게 됐다.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한 이들로서는 기댈 언덕 하나를 잃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단기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기업들이 최근 들어 성장세가 벽에 부닥친 곳들이라며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스스로의 약점을 감추고 있다며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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