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소아비만의 주범은 탄수화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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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아동 식습관 평가와 더불어 아이식단이나 식습관 훈련법 등을 영양사가 엄마와 의논하여 제시한다. 식단을 짜다 보면 많은 엄마들이 선생님, 왜 고기가 들어가 있어요? 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 찌는 이유를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물론 지나친 육류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자 살을 빼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서 비만의 주범은 단백질이나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이다.

오늘도 진료실을 찾는 비만 아동들의 가장 큰 비만 원인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거나 영양이 결핍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경우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다. 24시간 회상법에 따라 영양평가를 해보면 고기보다는 함께 먹었던 우동, 라면, 햄버거, 피자, 빵, 흰밥 등이 살을 찌운 주범이었다는 밝혀진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놀라운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기실 식탁에 올리는 고기반찬은 철저히 제한하면서도 탄수화물에는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엄마가 싸워야 할 대상도 이들 탄수화물 식품들이다.

고탄수화물 음식이 비만의 주범이 되는 이유는 높은 접근성과 강한 중독성에 있다.
즉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구할 수 있으며 중독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사실 빵 피자 햄버거 우동 라면 등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달고 식감도 좋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미각중독을 일으키는 맛인 설탕이나 소금이 많이 든 몇몇 음식들은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미각 중독은 특정 맛에 대한 선호가 극단화된 형태로 맛의존, 맛금단, 맛내성 등의 특징을 가진다. 즉 미각중독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 맛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여 반복 섭취하고 해당 음식이 일정기간 이상 제공되지 않으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불쾌감과 기분저하를 느끼며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기존의 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채 더욱 강하고 센 맛을 찾게 되는 것이다. 나는 단맛이나 짠맛, 고소한 맛을 가지면서 먹는 사람들이 그 음식에 대해 중독되게끔 하는 음식을 그 사람의 탐닉음식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탐닉음식을 섭취하게 할 때에는 보다 철저한 감시와 확인이 필요하다.

내 아이를 비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주도적으로 이들 음식들에 대한 섭취 기준을 정하고 감시해야 한다.
집에서의 통제는 수월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가 학교를 다닐 경우다. 특히 학교 쉬는 시간과 등하교 시간이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아이들은 집에서 음식통제가 너무 심할 경우 이때를 탐닉음식을 먹는 기회로 여기고 집중적으로 먹는다. 소아비만치료에 있어서 학교 급식보다는 쉬는 시간에 사먹는 빵이나 과자, 음료수들을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다이어트에는 용돈 통제가 필수적이다. 용돈 통제가 가져다 주는 다이어트 효과는 놀랄 만큼 뛰어나다.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풍족하게 용돈을 주었다가는 아이의 몸을 망칠 수 있다. 용돈을 주지 않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용돈을 줘야 하는 경우 음식 일기장이나 용돈 기입장을 통해 아이의 용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도록 하라. 번거롭더라도 준비물은 엄마가 직접 사주고, 아이들의 용돈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

우리 나라 아이들의 소아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탄수화물이며 높은 접근성과 중독성으로 인해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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