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강남구 개발 방식 갈등 구룡마을 사업 차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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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에서 가장 큰 무허가 판자촌인 강남구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룡마을은 거주민 주거대책 마련과 불로소득을 겨냥한 투기세력 차단이라는 원칙 아래 공영개발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박원순 시장 취임 후인 지난해 6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원 토지 소유주에게 개발하지 않고 남는 땅 일부를 대가로 돌려주는 환지(換地) 방식을 추가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면 앞으로 공원 등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전국 무허가 판자촌에서 똑같은 방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룡마을 개발 허가는 서울시장 권한이지만 환지 계획 인가권은 구청장에게 있다. 신 구청장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환지 계획 인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사업 진행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신 구청장은 “시 도시계획위가 특정 땅 소유주의 민원에 밀려 방식을 바꿨다”며 “갑자기 방식을 바꾼 것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는 “합당한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김성보 도시정비과장은 “당시 도시계획위 소위원회가 토지 소유권 문제 등이 복잡하니 일부 땅을 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 채택한 것”이라며 “소위가 현장 방문을 할 때 강남구 관계자도 동행하는 등 충분히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강남구가 제기한 특정 개인에 대한 특혜 시비에 대해선 다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관계자는 “시와 토지 소유자 사이에 뭔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 관계자들 사이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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