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사정으로 꽁꽁 얼어붙은 대덕밸리

중앙일보

입력

760여개의 첨단 벤처기업이 밀집돼 있는 대덕밸리가 새해 들어 꽁꽁 얼어붙었다.

현직 장관의 동생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인 D사가 횡령 등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받고 있는 가운데 탈세 등 각종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는가 하면 한 벤처기업의 간부가 핵심기술을 빼돌려 기업을 창업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는 등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개발에는 관심이 없고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빼돌리는 등 '머니 게임'에 혈안이 된 대덕밸리 내 '사이비 벤처기업'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는 등 사정 한파가 몰아칠 기세여서 벤처기업인들의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검찰이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일손을 놓은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 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벤처기업인은 "대덕밸리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이 워낙 많다 보니 문제가 있는 업체가 없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리가 있는 업체는 단죄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일로 연구개발과 제품 생산에 전념해 온 대다수 벤처기업들의 이미지가 함께 실추되고 경영 의욕도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벤처기업인들은 D사에 대해 각종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며 이번 사건을 '권력형비리'로 몰고가는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도 털어 놓았다.

한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는 "언론이 한 벤처기업의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정부 고위층과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는 바람에 대덕밸리 전체 기업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이런 보도가 국가 발전에 무슨 도움이되겠냐"고 반문했다.

대덕밸리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해 그동안 각종 지원을 아끼지않았던 대전시 직원들도 잔뜩 풀이 죽은 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이번 사건이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는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빨리 수사를 마무리 해 대덕밸리가 종전처럼 연구개발과 제품생산 열기로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전시 전.현직 고위 공무원 등이 D사의 주식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벤처기업 관련 부서 직원들은 검찰 수사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않을까 걱정하며 검찰의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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