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 전쟁 <微博·중국판 트위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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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호 33면

중국 언론학자들에게 ‘요즘 중국의 주력 매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웨이보(微博)’라고 대답한다. ‘중국판 트위터’다. 신화통신 같은 관영 매체들도 모두 웨이보 계정을 개설해 뉴스를 전달한다. 민심의 ‘풍향계’라는 중산층에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된 이후 생긴 변화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이 언론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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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질 정도다. 인민들의 온갖 불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공직자 부패에 얼마나 분노하는지 알 수 있다. 웨이보가 가진 폭발성 때문에 해외 학자들도 그 동태를 주시한다. 관련 논문도 속속 나온다. 중국에선 웨이보 팔로어가 3000만 명을 넘는 이도 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조만간 웨이보를 차단할 것’이란 소문이 여러 차례 돌았다. 그러나 중국 언론학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공산당이 21세기 신 매체인 웨이보를 선전도구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첫째, 중국 정부는 웨이보를 서방과의 심리전에서 밀려서는 안 될 중요한 진지(陣地)라고 여긴다. 마오쩌둥은 일찍이 “여론 전쟁터를 우리가 점령하지 않으면 우리의 적이 점령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언론 통제 철학이다. 중국 당국은 서방의 페이스북·트위터를 철저히 통제하는 대신 중국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허용하고 있다. 웨이보 회사들로선 국가가 외국의 SNS를 막아줘 안정적으로 국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으니 철저히 공산당의 선전 방침을 따른다. 일종의 공생관계다.

둘째, 중국의 웨이보 회사에는 정부에서 파견된 검열관이 상주하며 민감한 내용이 떴을 경우 상부에 수시로 클릭 수와 파급력을 보고한다. 이들은 대부분 컴퓨터 전문가다. 웨이보 회사 직원들과 똑같이 출퇴근하고 회사 내부 전산망에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월급은 정부에서 받는다. 중국의 웨이보 세상에선 이렇게 위에선 선전부 검열 지시가 내려오고, 아래에선 현장 보고가 올라가는 이중의 검열장치가 가동된다.
셋째, 중국의 사이버 공간에는 인터넷 동태를 감시하는 ‘인터넷 경찰’도 있다. 중국 정부는 그 규모를 밝히지 않지만 2년 전 베이징시 부시장이 ‘베이징에만 3000명 정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일부는 프리랜서 계약직이라고 한다. 이들은 중국판 ‘MSN 메신저’인 QQ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24시간 교대로 인터넷을 감시한다.

중국 당국은 이렇게 웨이보에 대한 몇 겹의 ‘안전망’을 구축해 놓고 지방정부를 감독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지방정부의 부패상을 폭로하는 ‘시민 기자’들의 활약을 통해서다. 그래도 웨이보에 표출되는 체제 불만 발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웨이보에 시민단체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한 언론학자는 되물었다.

개인적인 불만 표출은 허용하나, 그게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철저히 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강조했다. “공산당은 언론을 다룸에 있어 절대 실수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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