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도리깨질·아랫목·고샅 … 요즘 아이들, 알아들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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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젠 없는 것들 1, 2
김열규 지음, 문학과지성사
각권 210쪽, 각권 1만2000원

“구멍가게라니, 그게 뭐야? 어디 가게에 구멍이라도 뚫렸나?”(1권 40쪽)

 양철 지붕이나 널빤지를 이고 앉은 낮은 가게는 좁디 좁았다. 싸구려 장난감과 군것질거리가 진열된 이 작은 가게는 그러나 아이들에겐 ‘우리들의 천국’이요, 어른들에겐 막걸리 한 사발 나누며 쉬어가는 사랑방이었다. 구멍가게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그 편리한 시스템에 밀려 사라져버렸다.

다듬이

 또 ‘휙휙! 찰카닥, 찰카닥!’ 하던 도리깨질, 타작 소리는 도시의 아파트 살림에선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그 삶의 맥동이 멎은 지금, 다들 자신도 모르게 시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2권 2쪽)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요즘 아이들은 기역 자는 알아도 낫이 무언지는 알 도리가 없다. 어디 그것뿐이랴, 사라진 것들이. 고샅·징검다리·우물·아랫목·아궁이·초가집·담뱃대·꽃신·고욤·엿치기·제비집·낙숫물·깨금발·부지깽이…. 목차에서 추린 단어만 봐도 절로 아련해진다.

 청소년용 인문 교양 시리즈 ‘문지 푸른 책 밝은 눈’의 하나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노년의 줄거움』 『한국인의 자서전』 등 숱한 저작을 낸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가 이젠 없는 것들에 대한 단상과 민속학적 지식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향수가 있는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에게 더 애잔하게 읽힐 듯 싶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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