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책] '모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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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미하엘 엔데 지음, 비룡소, 8천5백원

2002년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이 시간의 흐름과 빠름을 새삼스레 되돌아보곤 한다. 나도 어느새 훌쩍 지나간 1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모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낡아빠진 헐렁한 남자 웃옷을 입고, 까만 고수머리를 한 여자아이 모모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의 원형극장터에 나타났다. 부모도 집도 없는 모모에게 마을 사람들은 원형극장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준다.

모모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재주를 가졌다. 마을 사람들은 모모에게 자신의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용기를 얻고 기쁨과 신념을 얻었다.

어느 날 도시의 회색일당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하라고 외치고 다녔다. 이들은 시간의 저축은행 사원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서히 이들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이제 모모를 찾아올 시간이 없어졌다.

1년이 지나자 마을은 완전히 회색일당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들로부터 마을을 구하기로 작정한 모모는 마침내 회색일당을 물리치고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준다.

나는 말 그대로 '시간을 금'처럼 여겨왔고, '한번 지나간 시간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으므로 남들보다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이 낭비해 버린 시간도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이제 몇 달 후면 고등학교에 가는 나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 또는 두려움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내 또래 청소년들은 오로지 공부에만 짓눌려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아무 의미 없이 사는 아이들이 많다. 자칫하면 헛된 시간 속에서 나이를 먹어갈지 모르는 우리에게 모모는 시간이라는 진지한 세계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 속에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시간이란 달력과 시계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의 바늘은 움직이고 있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중요한 것이란 우리가 한 순간 한 순간을 즐기며 정성을 다해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국향<서울신남중 3학년.제1회 중앙독서감상문 대회 중등부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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