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이모티콘'으로 통해요

중앙일보

입력

"p(-_-) q 귀엽지?(p_-) 반했지?(*> _ <) /♡ 사랑스럽지?"

한 TV 인기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한 유행어를 흉내낸 '이모티콘'이랍니다.

이모티콘은 'Emotion(감정) '과 'Icon(아이콘:컴퓨터 프로그램 기능표시 형상) '이 합성된 말. 컴퓨터 자판의 문자와 기호.숫자 등을 적절히 조합해 미세한 감정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지요.

미국의 한 대학생이 초보적으로 쓰기 시작해 각국으로 번졌고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형 이모티콘이 유별나게 발전했지요.

요즘은 어린이부터 젊은층까지 이모티콘 사용이 일반화돼 있어요. 아이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들을 엿보고 싶어도 이모티콘을 모르면 힘들죠.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이모티콘을 사용한 편지나 e-메일을 보내면 세대차가 한층 줄어들고 더 친밀해질 것 같아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이모티콘, 함께 익혀 보기로 해요.

초기의 이모티콘은 (^ ^) (ㅠ,ㅠ) 처럼 웃거나 우는 표정을 나타내는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이모티콘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발전했어요.

황당한 표정(ㅡ.ㅡ;;) ,머리 긁적이기(ㅡ.ㅡ) ㅋ, 안경 쓴 얼굴(^) _(^) , 추위에 떠는 모습{{(> _ <) }}, 엎드려 절하기 m(_ _) m, 손 흔들며 인사하기(^.^) /, 토라진 표정(~へ~) , 달리는 모습┕(-_-ㆀ) ┑, 울면서 코 풀기(ㅜ^ㅜ) 등….

한 가지 표정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돼요. 그냥 웃는 표정(^ ^) , 입을 열고 웃는 표정(^o^) , 보조개가 들어간 모습(*^ ^*) , 민망해서 식은 땀을 흘리며 웃는 모습(^ ^;;) 등 기분에 따라 여러 가지 표정을 사용한답니다.

이모티콘이 모여서 여러 사람들의 표정이나 동작을 나타내기도 해요.

친구를 만나서 서로 기뻐하는 표정(^ ^) (^ ^) , 친구랑 손으로 V자를 그리며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γ(^_^) (^0^) γ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어요.

이모티콘과 문장을 섞어 짧은 편지를 쓰기도 해요.

"{{(> _ <) }}넘 춥다 0\(^-^) 자~받아 /(^0^) 손난로야!"

이렇게 '너무'를 '넘'으로 줄여 표현하거나 'ㅋㅋ(킥킥 웃는 소리) ','ㅋㄷㅋㄷ(키득키득 웃는 소리) '같이 초성(初聲) 만 사용하기도 해요.

이모티콘 유머도 유행이랍니다.

"보통 엉덩이

( Y ) , 매맞은 엉덩이(=.=) , 힘준 엉덩이( * ) "

이모티콘으로 고양이(=^.^=) 와 꽃<@> ----), 하늘을 나는 슈퍼맨(~~m-.-m~~) 도 그릴 수 있어요. ●●●(초코파이) , ◎◎◎(양파링) , ☆☆☆(별사탕) 은 '그림의 떡'.

휴대폰 창의 크기(가로 8자) 에 맞춰 여러 줄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e-메일이나 인터넷 게시판처럼 크기 제한이 없는 곳에서는 커다란 작품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어른들은 이모티콘 때문에 한글이 파괴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이모티콘은 재기 발랄하고 유쾌한 언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최근 한국통신문화재단이 장학금을 걸고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이모티콘 공모전에는 5백20여 작품이 출품될 정도로 호응이 컸어요. 그래도 무작정 나무란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표현하겠죠.

"(☞.T) 훌쩍 (T.☜) 훌쩍 (-^-) \ 삐침!!"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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