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료계 리베이트 사라지는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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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특정 제약사 의약품을 처방해준 대가로 현금이나 선물을 받은 의사 100명 이상이 재판에 넘겨지거나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을 처지가 됐다. 이들은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는 물론 받은 사람도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말까지 국내 최대 제약사인 동아제약에서 이를 받은 혐의다. 제도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를 받은 1300명 이상의 의사는 2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우리 사회의 전문가 집단인 의사가 이렇게 무더기로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국내 최대 제약사인 동아제약 한 군데를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가 이 정도다. 앞으로 다른 제약사로 조사를 확대하면 얼마나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지 걱정된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이를 관행 또는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여기는 일부 의사와 제약업체의 인식에 있다. 이는 그동안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얼마나 건강하지 않은 거래 풍토 속에서 도덕 불감증에 빠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리베이트를 근절하려면 돈다발을 뿌린 제약사가 승승장구하는 의약품 영업 질서부터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약품 가격을 더욱 낮춰 리베이트를 줄 여력을 아예 없애야 한다. 약효나 품질로 경쟁하기보다 리베이트를 앞세운 불공정한 거래로 실적을 올려보겠다는 일부 제약사와 이를 통해 뒷돈을 챙기는 일부 의사가 사라지게 하려면 이런 충격요법밖에 없다. 리베이트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경쟁력 없는 제약사와 이를 받아 수지를 맞추는 한계 의료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도 추진해야 한다.

 의료계 차원에선 윤리회복운동이 필요하다. 의사들 사이에서 리베이트는 바로 국민이 낸 국민건강보험료에서 새나온 부정한 돈이란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제약사를 봉으로 여겨 다양한 향응과 지원을 제공받는 관행을 바로잡는 자정노력도 절실하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그리고 각 의학회가 앞장서야 한다. 의사의 양식을 믿는 대다수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