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 달라진 한국 디지털 가전 "비싸도 잘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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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천5백99달러, 일본 S사 2천2백99달러(55인치 프로젝션 TV). 삼성전자 5백99달러, 네덜란드 P사 4백22달러(15인치 박막액정표시화면(TFT-LCD)모니터). 미국 시애틀의 한 대형 쇼핑센터 내 '베스트 바이' 매장에 진열된 주요 디지털 가전 품목의 최근 가격표다.

대표적 전자제품 체인인 베스트 바이에선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플레이어.평면 모니터.휴대폰 등 한국제품 값이 세계 유명 브랜드보다 비싼 경우가 적잖았다.

DVD플레이어와 VCR 기능을 합친 삼성DVD콤보는 2백99달러로 유사제품 중 최고가다. 그런데도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것만 1백10만대(시장점유율 11%)로 히트를 쳤다.

이제 한국산 가전은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싸구려'나 '세일 품목'이 아니다. 가전 박람회에서도 디지털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에 대한 '대접'이 남다르다.

지난 9일부터 나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2002 CES'에서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은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개막 기조연설을 했다. CES 박람회는 지난해부터 한국어를 박람회 7개 공식언어에 넣었다.

같은 행사에서 '삶의 디지털화'를 표방한 LG전자가 출품한 대형 PDP(40~60인치 벽걸이TV) 등도 해외 경쟁업체를 긴장시켰다. 일본공업신문 등 해외 언론은 '한국이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고 박람회 관람평을 전했다.

실제로 한국산 디지털 가전 제품은 유명 브랜드의 격전장인 미국 땅에 상륙해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LG 등은 현실로 바짝 다가온 '홈 네트워크' '차세대 이동통신'시대를 북미 시장 확대의 호기로 활용하기 위해 마켓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마케팅 예산의 20%인 2억달러를 솔트레이크 겨울 올림픽 스폰서 등 브랜드 알리기에 쓰기로 했다. LG전자도 2005년까지 1억5천만달러를 북미시장을 개척할 마케팅 비용으로 잡아놨다.

삼성전자 북미총괄법인장인 오동진 부사장은 "지난 20년간 미국에 컬러TV를 팔아 번 돈보다 지난 3년간 휴대폰을 팔아 번 돈이 더 많을 정도로 디지털 가전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시애틀.라스베이거스=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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