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은행, '줄대기 인사 행태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연초 인사철을 맞은 은행권중 합병은행들에서 과거와달리 '줄대기'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실적주의, 성과주의 인사원칙이확립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인사를 마친 한빛은행의 경우 과거 상업.한일은행출신별로 보직을 안배하거나 같은 은행 출신을 배려하는 사례가 사라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빛은행 노조위원장에는 옛 상업은행 출신 후보 2명, 한일은행 출신 후보 1명이 나서 각각 8천명중 37.2%, 28.7%, 27.6%씩 득표했으며 결선투표에서 2위 상업은행 출신 후보가 한일은행 출신 부위원장을 런닝 메이트로 해 50.2%를 득표,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한빛은행은 특히 이번 노조위원장 선거 득표 결과를 볼때 과거 같은 은행 출신자를 몰아주는 현상이 사라졌으며 인사에서도 연고 주의가 사실상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인사가 이뤄지는 국민은행은 출범 첫해로 직원의정서를 고려, 과거 소속 은행의 인사 비율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줄대기 인사가 횡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그러나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성과와 능력 위주로 출신은행에 관계없이 임원진을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최근 본부장 인사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지역 및 출신지, 연고를 안배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서울은행은 지난 78년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합병했으나 당시 출신 인사는 모두 퇴직한 상태인데다 외부 영입 임원진이 많아 과거 은행 출신별 인사안배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을 합병한 조흥, 하나, 신한은행 등은 사실상 흡수 합병과정에서 상당부문의 인력 감축이 이뤄졌고 합병한지 2-3년이 지난 만큼 과거 출신 은행별 또는지역별 안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계는 은행들이 합병이후 이뤄진 감원과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능력과 실적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원칙이 확립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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