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의눈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제치하의 이야기다.「춘계대청소일」이라 집집마다 먼지를 털고마당을쓸고 부엌을치우고야단들이었다. 그런데 서양선교사집만은 보통때와 다름없이 조용하였다.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청소감독을하던 순사는 그 조용한선교사집문을 두드리고 호통을쳤다.『오늘이대청소일인데 왜 망신네들은잠자코있소.』그러자그서양사람은 야릇한 표정을지으며이렇게 말하더라는것이다.『우리는 매일 청소를 하고있는데요!청소하는날이 따로있다니 참 이상스러운 일이군요.』
특수한 날이 아니면 청소를 하지않는 우리의 습속은 분명 남들이불때 이해가 잘 가지않으리라생각된다. 지금도 보통 가정에서는 손님이라도와야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돈하는 일이 많다. 집안 식구끼리 있을 때에는돼지우리처럼 어지러운 환경속에살면서도 태연하기만하다. 그러나일단 남이 온다면 없는 살림을꿔다가라도 번지르르하게 차려놓는것이 또한 우리들의 생활태도라할수있다.
자기가 아니라 타인중심으로 살아가는 외면치레의 풍습은 집안살림에서 나라살림에 이르기까지별로 다를것이 없다. 손님대접을위해서 살아가는듯한 생활. 손님이 와야 비로소 집안이 깨끗해지고, 밥상의 찬거리에 계란이라도 오르내리는 생활. 집안 식구끼리는 허물이 있어도, 더러움이있어도, 불화가 있어도, 무신경하기만한생활. 그것은 전시의 생활이지 참된 일상생활이라고할수없다.
「존슨」대통령의 방한으로 김포공항에서「워커힐」까지 서울의 얼굴이 달라져가고있다. 김포가두에는 국화꽃이 심어지고「워커일」에 이르는 도로공사는 철야작업. 청소와 단장으로 환경미화가 진행되어가고있다. 문제는 6천여만원의 성대한 환영이 잘못되었다는게아니라,재식구끼리살때에도좀그렇게내땅을가꾸어보자는것이다.「손님」을위해서 내가정이 있는것이 아닌것처럼 외국사람의 안목을 위해 이나라가 존재하는것은 아니다. 남들이 우릴어떻게 생각하느냐하는것 보다도「내」가「내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더신경을쓰는 실속있는 살림살이가 아쉽기만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