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 감사한 KPMG 사기혐의로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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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5위권 회계법인인 KPMG를 사기 혐의로 제소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들을 인용, "SEC가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에 대한 회계감사 업무와 관련해 KPMG를 상대로 이르면 다음주 중 뉴욕 연방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SEC는 제록스사의 회계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전직 회계감사 한명과 현재 근무 중인 직원 두명 등 KPMG 직원 수명을 고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SEC의 대형 회계법인 제소 움직임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SEC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을 2001년 6월 제소한 적이 있다.

미 회계 업계가 대기업 연쇄 회계 부정 스캔들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신뢰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때인 만큼 SEC의 KPMG 제소 움직임은 미묘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회계법인에 대한 SEC의 제재는 부실하거나 부적절한 회계감사와 관련된 견책 또는 가벼운 벌금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KPMG건의 경우 회계감사 대상기업의 재무현황이 사실과 다르게 공표되는 과정에서 감사인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SEC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월스트리스 저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KPMG의 최고경영자(CEO) 유진 오켈리는 "제록스의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가 엄정하게 이뤄졌다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록스에 대한 우리의 회계감사는 전문성과 중립성의 토대 위에서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SEC가 제록스사의 전 경영진을 상대로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은 벌금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사전 조정 합의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제록스의 전 CEO 폴 에어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배리 로머릴은 3백만달러가 넘는 벌금과 함께 '부당한' 이익금을 반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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