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증시, 선진국 → 이머징시장 강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2조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금이 기준으로 삼는 러셀지수에서 그리스 증시가 이머징 시장으로 강등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셀인베스트먼트가 2001년 이후 선진국 증시로 분류되던 그리스를 기준 미달을 이유로 이머징 그룹에 편입시켰다고 4일 보도했다. 이 회사 마이클 제로미노 대변인은 “러셀지수에서 선진국 시장이 이머징 시장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라며 “앞으로 펀드 매니저들이 그리스 주식을 사고파는 데 이번 기준 조정이 다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은 그리스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 영향을 받았다. 최근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해 24.5%였던 실업률이 올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코카콜라 보틀러(생산공장) 중 둘째로 큰 ‘코카콜라 HBC’가 그리스 증시에서 런던 증시로 이동을 결정한 것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러셀에 이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도 올 연말 그리스 시장을 이머징 그룹으로 강등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각국 증시의 자본이익률, 시가총액, 거래 규모,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해 선진국과 이머징 시장으로 분류한다.

 2009년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였던 그리스 증시는 지난해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2007년에 견줘 81%나 떨어져 있다. 그리스 증시의 시가총액은 480억 달러 규모로 멕시코보다 작고 서남아시아의 파키스탄과 비슷한 수준이다. 만일 코카콜라 HBC의 이전마저 이뤄질 경우 시가총액은 베트남 수준으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에서 내년이나 돼야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