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영입 '타이밍'을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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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타이밍의 운동이다. 둥근배트로 둥근 공을 맞춰야 하는것부터, 주자가 도루를 시도할때 훔친다는 투수의 '호흡'도, 펜스를 넘어가는 공을 잡아내는 '점프'도 타이밍이 맞아야 이뤄질 수 있다.

야구의 이러한 모습은 경기장을 벗어나도 이어진다. 유망주를 키우는 것도 제때에 상위레벨로 올려주지 못하면 도태되어버리기 일쑤다. 이것 역시 올려도 좋을지, 더 두고보아야 할지를 판가름 해야한다. 선수의 영입도 마찬가지다. 너무 빨라도, 느려도 팀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비교적 조용한 스토브리그시장에서 이반 로드리게스의 플로리다 말린스행이 결정됐다. 1년계약에 1,000만달러. 트레이드 불가조항까지 인정한 것을보면 콜로라도 로키스로 떠난 찰스 존슨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당대 최고의 수비형포수라는 존슨이 떠난 빈자리를, 둘째가라면 서러울 로드리게스가 대신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선수영입이 '제때' 올바른 시기에 이루어졌느냐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말린스는 젊은 선발투수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존슨을 영입했었다. 선발투수진들이 모두 20대인 말린스가 투수들의 성장을 위해서였다면 존슨은 두말할 나위없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그러나 존슨이 말린스에 머문시간은 211경기. 많은 것을 가르쳤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존슨을 대신할 로드리게스는 두말할 나위없는 능력을 지녔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 '흘린다'는 말로 표현되는 패스트볼이 많고,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며 시즌을 끌고 나가는 능력은 존슨에 비해 부족하다. 포수가 공을 자주 흘린다는 것은 투수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마음껏 공을 던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베테랑 선수들이라면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겠지만, 젊은 선수들은 투구폼이 미세하게 흔들릴 우려도 있다.

또한 말린스가 1,000만달러짜리 포수를 쓸만큼 넉넉한 재정을 갖거나, 우승에 도전할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로드리게스 영입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한 애너하임 에인절스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같은 경우도 있지만, 말린스의 상황은 '이변'을 일으키기엔 부족하다.

최근 몇년간 선수영입'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대표적인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LA 다저스.

인디언스의 1999시즌 고민은 바톨로 콜론(시카고 화이트삭스)과 함께 포스트시즌을 이끌어줄 왼손 선발투수였다. 더불어 뉴욕 양키스에게 강한 선수라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 그러나 인디언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척 핀리를 데려올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고,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후 3연패하며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쓴 맛을 톡톡히 봤다.

4차전과 5차전에서 35점을 내주며 투수진이 버텨주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이듬해 인디언스는 핀리를 데려왔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001년 핀리의 성적은 8승 7패 방어율 5.54로 기대치에 크게 못미쳤다. 한 해만 빨리 데려왔더라면 인디언스의 99시즌은 조금은 달라진 모습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저스는 너무 빨랐다. 99년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우승 청부사'라는 케빈 브라운을 영입했지만, 우승을 노리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브라운은 다저스에서 3년간 41승을 올렸고, 방어율도 2점대 중반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각종부상에 시달리며 지난해 3승에 그쳤다. 브라운이 전성기의 실력을 보인 3년간 우승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시 다저스의 문제는 리그최고의 '땅볼유도 투수' 브라운을 받쳐줄 내야진도 형편없었을뿐 아니라, 새로영입한 선수들이 많아 팀 분위기를 추스리는데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브라운의 영입을 늦췄던지, 한 두해 기다렸다가 브라운급의 투수를 데려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말린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1,000만달러짜리 포수를 쓰기엔 시기상 이른감이 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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