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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철학계의 동향|「뉴요크」대학에서…조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 「일리노이」대학과「버파로」의 「뉴요크」대학의 초빙으로 지난8월 도미한 조가경박사(서울대문리대철학과교수)는 본사 기자에게 그곳 철학계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2년간 미국에 머무르며 구주철학을 강의한다. 편집자주
L형
일전 보내온 편지 고맙소. 내게 원고를 청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자리를 또 비우게되어 학생에게 원격한 곳에서 나마 무슨 참고될만한 이야기가 생기면 꼭 전해주고 싶던 참이었소. 오자마자 미국철학계의 신호류니 뭐니 터무니없는 제목으로 몇 개의 원고를 써보낸다는 것은 내가 그 호류를 만들어 내기 전에는 불가능한 이리오.
그러나 최근 흥미있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오. 철학자가 미국사회의 여러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신학자나 언론인·정신과의사들만큼 적극참여를 하지못하고 언어를 분석하는 기술적이고 지섭적인 문제에만 골몰하는데 대해서 일부철학자자신과 사회인이 규탄하고 있소. 또 한가지 재미있는 새로운 현상은 구주대륙의 현상학·실존철학에 대해서 이해해 보려는 동향이 새로이 싹트고 있는 것이오.
몇명의 학자들은 심지어 불통상태에 있던 영·미철학과 독·불철학사이의 연결을 「일상언어」에서 구하고 있소. 예를들면 「예일」대학의 「존·와일드」교수, 「웨인」주립대학의 「나크니키언」교수도 「하이데거」와 「뷔트겐슈타인」이 그 엄청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래의 형이상학에 다같이 반대하는 점과, 또 언어를 철학의 「미디어」로서 중시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소.
이것은 독일「함부르크」대학의 「유르겐·폰·켐프스키」교수가 몇해전에 이미 지적한 흥미로운 연구 「테마」요. 미국의 몇대학에서는 언어분석의 미시적인 문제만 다루는데에 싫증이 난 것인지, 그렇다고「헤겔」과 같은 거시철학자를 다시 숭상할수도 없어서 그런지, 또는 미국의 재력에 끌려서인지, 지난 수년동안 많은 영국의 철학자를 건너오게해서, 그들은 아주 정착하기도 하고 객원교수 노릇도 하고있소.
그럴수록 더욱 미국에서는 「듀이」와 「제임즈」「로이스」「산타야나」등을 우러러보던 황금시대-미국철학의 영광의 시절을 다시 그리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소. 이 문제에 대해서 「캘리포니아」대학(「버클레이」소재)의 「루이스·훠이어」교수·「예일」대학의 「폴·와이스」등 몇 사람이 미국철학을 조상에 놓고 진찰한 글들이 있는데 신문에 내기엔 너무 긴글이 되니까 다음 기회로 미루게쏘.
「버팔로」대학의 「화버」교수로부터 오늘 편지를 받았는데 내년 2월까지 「현상학과 실존」이라는 2권의 책을 낸다 하오. 내년에는 이 노교수와 함께 연구하게 될 것이오. 나는 건강하게 잘있고 강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소.
이 사신을 근거로 혹시 지상에 짤막한 미국 철학계 소식을 실어보고자 하는 것은 형의 자유이나 어디까지나 관견에 지나지 않는것이니 「단신」정도로 해주는 것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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