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택배 크로스, 기사회생의 신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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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이 기사회생하는가. 그의 택배 크로스가 많은 걸 바꿔놓았다.

퀸즈파크레인저스(QPR)는 3일(한국시간)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턴과의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지난 1월 2일 첼시전 이후 60일만에 승리를 거둔 QPR은 강등권 탈출의 시동을 걸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박지성이었다. 전후반 내내 활발하고 성실한 플레이를 펼친 박지성은 후반 32분 제이 보스로이드(31)의 결승골을 도왔다. 시즌 2호 도움이었다.

박지성의 도움은 자신에게 그동안 미적지근했던 사람들의 반응을 바꿔놨다. 해리 레드냅(66) QPR 감독은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일본인 수비수 요시다 마야를 제치고 크로스를 올려 보스로이드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는 순간 자리에 일어서서 크게 환호했다. 경기가 끝난 뒤, 레드냅 감독은 원정 온 QPR 팬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근래 보기 드문 레드냅 감독의 제스처였다.
평소 트위터에 구단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왔던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도 이날 대놓고 박지성의 활약을 반겼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누가 박지성을 의심했나. 나는 한 번도 결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항상 수준 높은 선수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트위터에 박지성의 활약상에 대해 시즌 중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박지성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언론도 바뀌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승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기까지 조용했다"고 평하며 평점 7점을 부여했다. QPR 선수들이 대부분 7~9점 사이의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박지성이 평가 멘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골닷컴에서도 "결정적인 골을 측면에서 도왔다"면서 로익 레미, 주니어 호일렛에 이어 별 3개를 받았다. 야유를 보냈던 팬들도 모처럼 박지성의 활약을 반겼다. QPR.org 등 QPR 팬 게시판에서는 "박이 골을 만들었다. 아주 영리했다" "박은 오늘 맨 오브 매치(경기 최고 선수)감이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최근 각종 비판,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박지성이 모처럼 웃을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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