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지놈 지도 완성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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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말로 침팬지나 원숭이 등 영장류에서 진화한 것일까. 왜 다른 생물에 비해 지적.감성적인 능력이 탁월한가. 또 에이즈.암.말라리아 등의 질병은 인간에게서 발병률이 높을까. 치매는 왜 오는가.

인류가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지는 질문이자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많은 수수께끼 중 극히 일부다.

침팬지 지놈 국제컨소시엄이 완성한 침팬지 지놈(유전체)지도는 이런 의문을 푸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침팬지는 지구상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데다 이번 연구에서도 유전적으로 그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간 유전자를 집으로 치면 벽돌에 해당하는 염기의 수가 침팬지는 34억개, 사람은 32억개. 이 중 98.77%의 구조가 닮은 꼴이다.1% 정도만이 다를 뿐이다. 이 차이만 잘 연구하면 그 1%가 어떻게 침팬지와 사람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드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이되거나 사라진 유전자, 증폭된 유전자를 인간 유전자와 대조함으로써 진화 과정의 비밀도 알아낼 수 있다.

사실 지난해 완성된 인간 지놈지도만으로는 진화의 신비나 영장류와의 차이 등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비교.실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실험은 사람에게 하면 된다.그러나 사람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대용으로 가장 좋은 동물이 침팬지 등 영장류다. 특히 사람의 지적 능력이나 치매, 같은 병이라도 동물보다 높은 발병률, 뇌와 관련된 질병 등은 쥐와 토끼 또는 초파리 실험으로는 그 실마리를 알아낼 길이 없었다.

종(種)이 다를뿐더러 유전자 구조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쥐 유전자 구조의 경우 80% 정도만 사람과 같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를 이끈 미 국립보건원(NIH)의 콜린스 박사는 "인간 지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침팬지를 포함한 영장류의 지놈 해독이 필수"라고 말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 성과는 그 의의를 더한다. 특히 지금까지 인간의 뇌 기능은 생화학이나 생리학적 방법으로 연구해 왔지만 인체 중 아직도 가장 많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는 곳이다. 그런 방법으로는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뇌를 파헤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구 성과는 인간의 뇌기능 연구에도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는 "침팬지 지놈 지도의 완성은 인간만 걸리는 질병이나 면역 메커니즘과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인간 지놈과의 비교.분석을 조기에 마무리해 그동안 풀리지 않은 인체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인간 지놈 연구에 참여하지 못해 겪은 어려움을 털어내는 효과도 거뒀다. 침팬지의 전체 염기를 7만7천 조각으로 나눈 것 중 우리나라는 2만여개를 확보했으며, 이 정보를 이달 중 일본과 미국의 지놈 정보은행에 등록할 예정이다. 침팬지 지놈 정보를 얻기 위해 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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