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새로운 전쟁 '에너미 라인스'

중앙일보

입력

'에너미 라인스'는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는 내용의 전쟁 영화다. 할리우드는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이라는 아주 익숙한 소재와 결별하고 보스니아 내전을 무대로 택했지만, 이는 변신이라기 보다는 더 이상 '적'이 모호해 진 상태에서 짜낸 고육책에 가까워 보인다.


폭음과 총탄이 빗발치는 요란한 물량 공세 속에서 전우애와 애국심을 부추기는 장르 특유의 메시지도 여전하다.

크리스 버넷(오웬 윌슨) 은 제대로 된 전투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인 혈기왕성한 파일럿이다. 그가 탄 미군의 항공모함은 보스니아 지역의 긴장 상황 때문에 정찰기나 내보내는 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전날 정찰을 나갔다 우연히 세르비아 반군이 양민을 학살하는 참혹한 장면을 촬영하게 되면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시작된다.

동료를 잃고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진 버넷. 세르비아 반군이 고용한 저격수가 그를 바짝 뒤쫓는 가운데 '군인 정신'을 발휘하여 본부에 SOS를 타전한다. 그의 상관 리가트(진 해크먼) 는 긴급 구조대를 조직하지만, 피켓 제독(조아킴 드 알메이다) 을 비롯한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실권자들은 평화 협정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해 이를 저지한다.

위기가 해결되는 부분에서 어김없이 장엄한 음악이 삽입되거나 양민 학살 장면을 영화 앞과 뒤에 수미쌍관으로 강조한 점 등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려한 요소들이 거슬리지만 20여분이 지나면서 슬슬 장르 특유의 박진감이 붙는다.

원제 'Behind enemy lines'는 '적진 한 복판에서'라는 뜻.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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