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퀘스터 D-1 …또 미국발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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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 뉴포트 뉴스 조선소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시퀘스터의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의 일자리를 포함해 수만 개 일자리가 워싱턴의 정치 때문에 위험에 처했다”며 “연방정부 예산 삭감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뉴포트 뉴스(버지니아) 로이터=뉴시스]

미국 시퀘스터(재정지출 자동삭감)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냥 두면 올해만 850억 달러(약 92조원)가 깎인다. 파국을 막을 협상 소식은 아직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한국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에 메신저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익숙한 풍경이다. 재정절벽(예산삭감과 감세중단)을 앞둔 지난해 말에도 그랬다. 하지만 당시는 극적인 막판 타협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그럴까. 공화당이 “아니다”며 벼르고 있다. 재정절벽 협상 때처럼 “오바마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기한 내 타협 확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경제 전문가들이 점치는 시퀘스터 시나리오는 세 갈래다. 첫째는 완전 타결. 오바마가 원하는 부자 증세와 공화당이 주장하는 재정적자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절충점이 도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그런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둘째 시나리오는 임시 봉합이다. 예산 자동삭감을 한두 달 연기하기로 합의하면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과 공화당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마침 연방정부 부채한도 확대 시한이 5월 18일로 잡혀 있는데, 시퀘스터도 미뤄뒀다 이때까지 일괄 타결 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시퀘스터 강행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할 게 뻔하다. 자금이 안전지대로 쏠리며 주가가 떨어지고 달러·엔화가치는 치솟을 수 있다. 그런 다음에야 오바마와 공화당은 여론에 쫓겨 협상에 나설 것이다.

 끝내 양쪽이 타협하지 못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불안한 궤도로 재진입한다. 공화당 쪽은 “오바마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시퀘스터가 와도 충격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국방부 등이 쓰지 않고 남겨 놓은 예산이다. 이 돈을 돌려 쓰면 올해 실제 삭감은 500억~70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등은 겨우 회복 흐름을 탄 미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 경제는 지난해 4분기 -0.1% 성장했다. 연방정부가 경기부양에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 이런 때 정부 지출 삭감은 치명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퀘스터 때문에 미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는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짐을 의미한다. 유럽은 이미 침체 상태다. 세계 경제 주 엔진 두 곳이 모두 동력을 잃는 셈이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 등 세계의 경제 석학 350명은 “세계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미 대통령과 의회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26일 발표했다.

강남규 기자

◆시퀘스터(sequester)=격리시킨다는 의미다. 국가재정 전문가들은 일괄 또는 자동삭감 의미로 쓴다. 3월 1일 시행되면 미 연방정부 지출을 연간 1100억 달러씩 10년간 총 1조2000억 달러 자동삭감해야 한다. 2011년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늘리면서 합의해서다. 애초 올 1월 1일부터 시퀘스터가 강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3월 1일로 미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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