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고가 화장품에 맞설 브랜드는 미샤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수입 고가 화장품과 맞설 국내 브랜드는 미샤뿐입니다.”

 서영필(49·사진) 에이블씨엔씨 대표는 27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에이블씨엔씨 실적발표회에서 “수입 화장품과의 비교 마케팅으로 미샤가 화장품업계에서 ‘대한민국 대표 도전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모회사다. 미샤는 2011년 10월부터 랑콤·에스티로더 등 수입 고가 화장품과 자사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실제로 ‘갈색병’으로 불리는 에스티로더 제품과 비교한 미샤의 에센스는 출시 1년 만에 100만 병이 팔렸다.

 서 대표는 “LG생활건강을 제치고 ‘국내 화장품 업계 2강’에 들겠다”고 공언했다. 201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에 버금가는 업체로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다. 서 대표의 이 같은 자신감은 ‘실적’에서 나온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45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1년보다 37% 늘었다. 더페이스샵·네이처리퍼블릭 등 브랜드숍 업계에서는 2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서 대표는 최근 성과를 “마케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온라인몰 ‘뷰티넷’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저가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어퓨 등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고 미샤도 한 단계 고급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효과를 봤다. 매달 10일마다 전 품목 20% 할인 판매하는 ‘미샤 데이’와 반년마다 50% 할인 판매하는 ‘빅세일’이 성공적이었다는 것. 그는 “무리한 영업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미샤는 6~7년 전부터 이런 할인 행사를 통해 성과를 냈다”며 “이미 국내 화장품 업계는 ‘제로 섬 게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표회 중간중간 서 대표는 ‘돌직구’를 쏟아냈다. 브랜드숍 1위를 지킨 데 대해 “우리가 잘한 것보다는 상대 업체의 실책이 많아서 얼떨결에 1위로 복귀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고급 브랜드 모델(배우 이혜상)이 계약이 끝나서 미샤로 데리고 왔는데 이 전략이 ‘신의 한 수’였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의 과시적인 태도도 꼬집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아직도 가격이 비싸야 품질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의 경우를 봐도 고가 화장품의 점유율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0% 정도까지 낮아져야 정상”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