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화면, 21세기형 전쟁영화 '에너미라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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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내전 당시 적진에 추락한 미군 조종사가 적과 홀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전쟁영화 '에너미라인스((원제 Behind EnemyLines)'는 '美 9.11 테러' 여파가 채 가시지않은 지난 11월 개봉일을 앞당겨 선보이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과 형식이지만 `테러와의 전쟁' 선포 이후 한껏 고무된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분노를 떠안기에는 더없이 적격이었다고 제작사측이 판단했기때문이란다.

지난 95년 보스니아에서 총상을 입고 구출된 공군 비행사의 실화를 다룬 영화라는 점이 긴장감을 더해줬다.

미군 한 명이 수백, 수천 명의 적을 소탕하는 '미국식 영웅주의'가 대미를 장식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처럼 대원 한 명을 살리기위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목숨을 건 위험을 무릅쓰는 '동료애'가 가슴을 저며온다.

미 조종사 '버네트'(오웬 윌슨)는 동료와 함께 보스니아 내전 지역을 정찰하던중 세르비아 반군의 무장 지역과 학살된 군중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이를 눈치챈반군은 버네트의 정찰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뒤 그의 동료를 살해한다.

적진에서 혼자 살아남은 버네트는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반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이에 버네트의 상관인 '리가트'(진 해크만)가 부대를 투입해 그를구하려 하지만 냉엄한 국제 관계에 얽혀 구출 작전은 난관에 부딪힌다.

'에너미…'는 무엇보다 '소탕해야 할 적(敵)'을 찾기위해 안간힘을 쏟는 할리우드 전쟁 영화의 '고뇌'를 읽게 한다. '진주만'에서 확인했듯, 할리우드의 풍족한 자본과 최첨단 기술은 전쟁의 참상과 애국심을 담아내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차 대전'과 `베트남 전'에서만 전쟁영화의 소재를 찾기에는 부담을 느꼈는지 보스니아나 소말리아 같은 '제3세계' 국가의 내전에 눈을 돌려보지만 어쩐지명분은 약해보인다.

이런 전쟁 영화에서 '적'이 누구든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꽁무니를 바짝 뒤쫓으며 추격해오는 요격 미사일을 피하기위해 전투기가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하거나 전투기의 추락 순간에 조종사들의 비상탈출 장면, 최첨단위성 시스템으로 병사의 소재를 파악하는 대목 등은 '21세기 전쟁 오락 영화'로는손색이 없어 보인다.

중견 배우 진 핵크만과 '상하이 눈'의 오웬 윌슨이 호흡을 맞췄고, CF감독 출신 존 무어가 메가폰을 잡았다. 1월 18일 개봉. (서울=연합)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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