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빛낼 스타] 송종국

중앙일보

입력

“골키퍼만 빼고 어떤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다”

히딩크호(號)의 일등 항해사 송종국(22.부산 아이콘스).

한국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당찬 신세대다. 국민이 그에게 거는 기대 또한 어느 해보다 드 높다. 송종국은 히딩크호에 발탁된 이례 단 한차례도 탈락하지 않은 ‘일등 항해사'인 단골 손님이다.

송선수의 나이 이제 23세. 나이가 의심스러울 만큼 영특하고 재치 있는 플레이를 구사한다. 이제 송종국은 대표팀에서 10년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던 홍명보의 아성을 가장 위협할 존재로 성장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멤버인 송종국은 당시만 해도 가능성만 있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자질은 있으나 당시 그의 포지션엔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땜질용’ 대타 선수였다. 그런 그가 세상에 이름 확실하게 내세운 계기는 지난 2월 두바이 국제축구 대회였다.

당시 송종국은 히딩크 감독의 요청에 따라 홍콩 칼스버그컵대회 참가 직전 대표팀에 전격적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잡았다. 연속된 벤치신세를 지던 그에게 스타탄생의 신호탄이었다.

쟁쟁한 선배들이 실력발휘를 못하면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던 차에 후반 출전을 준비 중이던 설기현의 ‘대타’로 출전 기회를 잡은 송종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UAE와의 경기에서 전반 45분 오른 발 대포알 슈팅으로 상대 골 네트를 가르는 통쾌한 동점 골을 뽑아 내며 가능성에서 주목할 선수가 된 ‘신데렐라’였다.

이 골은 당시만 해도 고종수에게 치우쳐 있던 대표팀의 공격 의존도에 다양성을 주는 계기였고 히딩크 감독이 요구한 ‘멀티 플레이어’에 적합한 존재로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송종국은 지난 해 12월 서귀포 경기장 개장 경기였던 미국 전까지 16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오른쪽 윙백,중앙 수비수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모두 합격 점을 받았다. 특히 지난 해 10월 대구 전지훈련에서 처음으로 중앙 수비수로 깜짝 변신해 무난한 적응을 보이며 ‘한국 수비의 대들보’ 홍명보를 대신 할 선수로 주목 받고 있다.

대학 시절 은사인 김호곤감독(현 부산 아이콘스 감독)의 포지션 변동에 적잖은 불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김호곤 감독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요구한 ‘멀티 플레이어’에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키 175cm,몸무게 71kg로 과감한 돌파에 체력과 순발력, 스피드가 뛰어나다. 9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이며 99년 세계청소년대회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흙 속의 진주다.

올 시즌 부산 아이콘스에 1순위로 입단,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맹활약, 2001 프로축구 신인왕을 차지했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11월의 선수’ 까지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송종국이 보여줘야 할 것들은 많다. 그리고 아직 그는 배워야 할 게 너무나 많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패기를 앞세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송종국이 있어 한국 축구는 어둡지 많은 않아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