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002년 화두는 `16강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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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한국축구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한 해가 될 것인가? 한국은 지난 96년 세계최대 스포츠축제인 월드컵축구대회를 일본과 공동유치함으로써 2002년을 1백여년 한국축구사에서 가장 특별한 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터를 닦아놓았다.

만 한달간 진행되는 `꿈의 구연'을 지켜보기 위한 지구촌 곳곳의 눈과 귀가 한국과 일본으로 집중될 것이기에 한국은 어느새 세계축구의 중심부로 자리이동할 것이다.

월드컵 본선 5회연속 출전이자 통산 6회 출전이라는 화려한 경력(?)도 한국축구의 지위를 몇 단계 상승시키기에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정작 본선에서 성적이 저조하면 모든 것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 본선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아픔을 떨쳐버리고 나아가 국민적 숙원이자 2002년 화두인 `16강 진출'을 이룰 때에야 명실상부하게 세계축구를 굴려가는 큰 축이 됐음을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정부까지 나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 대표팀 기량향상에 애를썼고 국민들도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축구계에서 명장으로 통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네덜란드에서 데려왔고 강호들과의 평가전, 각종 국제대회 출전, 해외전지훈련 등을 통해 오로지 16강을 위해담금질을 계속했다.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높아졌는가'라는 자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다. 내로라하는 축구전문가들뿐 아니라 히딩크 감독조차도 마찬가지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는 해 봐야 알 수 있다"는 말로 대답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감독 등 전문가들 사이에는 히딩크 감독 부임 이전에 비해서는 16강의 희망이 더 커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애초에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는데만 치중, 한국의 현실을 다소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실망스런 모습도 많이 보여줬으나 한국축구와세계축구를 접목하는데 성공, 갈수록 대표팀의 전력을 향상시켜가고 있다.

젊고 패기넘치는 선수들을 대폭 수혈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경기진행속도가 빨라졌고 황선홍, 유상철 등 백전 노장들의 경험도 조화를 이뤄 1년 사이에 팀컬러가 많이 달라졌다.

프랑스와 체코에 0-5로 잇따라 완패, 충격을 줬으나 11월 크로아티아와의 두 차례 경기에서 1승1무를 하고 12월 미국전에서도 1-0으로 승리, 패배에 길들여져 가던모습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월드컵의 해' 2002년을 맞았다.

16강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바쁜 발걸음은 오는 8일 골드컵 출정으로 시작된다.

본선에서 같은 조에 포함돼 있는 미국과의 격돌이 예정돼 있어 `본선 리허설'로여겨지고 있으며 대표팀은 곧바로 남미, 혹은 유럽으로 이동해 훈련을 계속한다.

또 3월에는 스페인 전지훈련을 겸한 평가전으로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며 4월부터는 국내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막판 점검을 벌인다.

한국은 예선에서 경기를 하는 포르투갈과 폴란드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지만 미국과는 대등하거나 오히려 나은 경기력을 펼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은 4개월여동안 흘릴 태극전사들의 굵은 땀방울이 열매를 맺어 16강 진출의소망을 이룰 수 있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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