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원금 보장제’ 내세웠다 말바꾼 건설사 패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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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랜드 취재팀기자]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질 경우 계약을 해지해 주겠다고 소비자들을 꾀어 아파트를 분양한 뒤 막상 집값이 떨어지자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건설사가 수분양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헤럴드경제가 27일 보도했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 속에서 위험하고 무책임한 마케팅에 나선 건설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조윤신)는 파주 교하신도시의 H 아파트를 분양받은 강모 씨 등 123명이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며 아파트 시공사와 부동산 신탁 회사를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강씨는 몇 해 전 교하신도시의 H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속되는 집값 하락에 조금 더 기다려볼까 망설였지만 ‘분양가 원금 보장제’가 적용된다는 홍보에 안심할 수 있었다.

‘분양가 원금 보장제’는 입주 이후 3개월이 되는 때에 ‘국민은행 아파트(KB)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경우 수분양자가 요구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주택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털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원금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유혹의 뒤편에는 위험한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H 아파트처럼 시세의 기준으로 KB 아파트 시세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아파트 시세를 등록할 때 기본적으로 조사업소나 인근 중개업소에서 거래된 실거래가를 원칙으로 한다.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입주 후 한동안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입주 후 일정 시점까지 시세가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KB 이외 다른 회사가 조사한 시세 인정

이러한 사정은 건설사 측에는 좋은 핑계거리가 돼 왔다. 미래 시세를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무턱대고 분양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가, 막상 시세가 떨어진다 싶으면 KB 시세가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H 아파트 시공사 역시 같은 이유로 계약금과 중도금 반환을 거부했다. 주민들은 별 수 없이 주변 중개업소를 통해 시세를 확인, 집값이 분양가보다 밑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민은행이 아닌 다른 회사를 통해 조사한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아파트의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형성되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계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는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형성되는 경우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분양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어 시공사 측은 수분양자들에게 계약금과 실제 납입한 중도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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