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자꾸 팁에 손대요"…업주-종업원 갈등 심각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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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두른' 사장이 가져가는 팁 때문에 빚어지는 업주-종업원 갈등이 심각하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업주와 종업원 모두 수입에 민감해진 상황이라 자칫 팁으로 촉발된 갈등이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수 년째 구이전문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K(45)씨는 "손님이 가고 나면 사장이 어디선가 달려와 팁을 가져간다"며 "사장은 자신도 홀에서 서빙을 도왔으니 팁을 가져갈 수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남는 게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식당에서 일하는 L(47)씨는 "손님 앞에서 팁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게 너무 창피하다. 그런 일이 전에 여러 번 일어난 뒤 친했던 단골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사장에게 지쳐 요즘엔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팁 갈등'은 미용업계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15년째 미용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홍명실(가명)씨는 교묘하게 팁을 가로채는 업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씨에 따르면 문제의 원장이 미용실 카운터를 지키며 미용사들의 팁 일부를 챙기고 있다. 홍씨는 "크레딧카드 영수증에 팁 액수를 적는 공간이 없다. 원장은 매번 손님들에게 팁을 얼마나 낼지를 물어보고 이를 합산해서 결제를 도와준 다음 손님이 주는 팁 중 일부를 챙긴다. 처음에는 경기가 어려워서 손님들이 팁을 적게 주나보다 했는데 우연히 친한 동생이 머리를 하러 왔다가 돌아간 뒤 이런 식으로 팁을 챙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주 노동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직원들이 받은 팁에 일체 관여할 수 없다. 고용주나 수퍼바이저(고용주의 대리인)는 팁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노동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손님이 사장의 손에 팁을 직접 쥐어주지 않은 이상 사장은 팁을 받을 수 없다"며 "팁을 임금에서 빼거나 현금 대신 크레딧을 주는 행위 크레딧카드 수수료나 다른 비용을 팁에서 공제하는 것도 모두 위법"이라고 말했다. 위반 시엔 최고 1000달러의 벌금이나 최대 60일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사장은 팁이 얼마 들어오고 얼마가 누구에게 갔는지 정확히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종업원들은 팁 총액을 사장에게 물어보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퍼바이저가 직원들과 팁을 나누다 고소당한 '2004년 스타벅스 10만 명 집단소송' 당시 가주법원은 수퍼바이저에게 지급된 팁과 이자를 합쳐 1억 달러를 스타벅스가 종업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수정·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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