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대행 경험으로 ‘친분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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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일본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왼쪽에서 둘째)를 포함한 사절단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후쿠다 전 일본 총리, 박 대통령,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쌓은 ‘친분 외교’를 시작했다.

 청와대 이틀째인 박 대통령은 26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후쿠다 전 총리와는)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있다”면서다.

 후쿠다 가문은 일본의 정치명문가다. 박 대통령 일가와 닮은꼴이다. 2007년 9월부터 일본 총리를 지낸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아버지는 고(故)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70년대(1976~78년)에 일본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부자(父子)가 총리에 오른 경우로, 부녀(父女) 대통령인 박 대통령 집안과 공통점이 있다. 양가는 아버지 시대부터 친분이 각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일본을 방문했을 때 후쿠다 전 총리의 어머니를 찾아간 적도 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각자 아버지(박정희)와 남편(후쿠다 다케오)을 회상했다고 한다. 이날 접견에서 박 대통령은 후쿠다 전 총리에게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5년여의 퍼스트레이디 시절 쌓은 해외 인맥은 박 대통령의 자산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후쿠다 전 총리를 포함해 이날 하루 동안 20분 단위로 18개국의 정상급 인사와 사절단을 만났다. 회담 중간의 휴식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특사단도 접견하면서 한·미 공조를 부각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빠른 시일 내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양국의 협력을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호주의 퀜틴 브라이스 총독(여성)과의 정상 환담에선 “총독도 아시겠지만 저는 호주에 대한 각별한 추억이 있다. 1968년 부모님을 모시고 호주를 방문한 게 저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고 소개했다.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을 접견할 때는 새마을운동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ODA(공적개발원조) 같은 것을 해나갈 때 한국이 경험했던 농촌개발계획이나 새마을운동을 공유하면서 일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었다. ‘잘 살아보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71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해 전국에 보급한 노래다.

 엘리아슨 부총장과의 만남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지만 대북 인도 지원과 북한의 호응을 기초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3차 핵실험(12일) 이후 단호한 대응 기조 속에서 인도적 지원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 속에도 재외국민 주최의 리셉션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은 미래를 위한 더 큰 도전을 위해 먼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사신 분”이라면서 “조국을 생각하는 뜨거운 애국심에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다”며 해외 인재를 영입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70년대에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하면서 해외의 유수한 과학 인력을 끌어왔던 전례가 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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